일본과 호주가 10개월만에 재개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농업 개방 문제로 줄다리기만 벌이다 끝났다.
양국은 지난 7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도쿄에서 양국간 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진행했지만 쟁점인 농업시장 개방 문제에 막혀 4월로 결정을 미뤘다.
일본 정부는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를 결정할 6월까지 호주와의 EPA 협상을 타결해 TPP로 가는 길을 연다는 방침이지만 호주와의 협상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협상에서 호주 측은 밀, 설탕, 쇠고기, 유제품의 관세철폐를 요구했으며, 일본은 자동차 관세(5%) 철폐와 희토류 등의 천연자원 안정공급 확약을 촉구했다.
일본은 자국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농산물 시장 개방에 관련된 협상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기업들은 일본 정부에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TPP 참여와 미국, EU 등과의 EPA 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당내 이견과 피해업계 보호 문제 등으로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EPA 협상은 농업 부문 피해 문제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으며 EU와는 EPA 교섭 개시만을 합의하는 데 그쳤다.
호주는 무역 상대국을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들어 일본의 천연자원 안정공급 확약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다만 호주는 일본의 농산물 가운데 쌀에 대해서는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과 호주의 EPA 협상에서 쌀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TPP 협상에서도 쌀의 관세철폐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호주의 쌀 생산은 최근 몇 년간 가뭄으로 침체, 2007~2009년 3년동안 대일 수출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쌀에 관심이 없는 호주가 쌀을 예외품목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TPP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농림수산성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일본과 호주는 오는 4월 호주 캔버라에서 차기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동차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일본에 대해 호주측이 농산물 4품목의 자유화를 전제로 내세우고 있어 농축산물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차가 메워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