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위안 절상 압박 공조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이번달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3월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 앞서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를 방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상파울루 경영대학원 연설을 통해 “브라질에 급격한 자본유입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핫머니 유입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신흥국가들의 의도적인 통화절하 정책으로 인해 심화했다”고 말했다.
가이트너 장관의 이번 방문은 오는 17~19일 파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과 내달 오바마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에 앞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환율문제와 관련 미국은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브라질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환율문제가 국제사회의 화두가 된 이후 미국과 중국을 싸잡아 비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對) 중국 무역수지 악화로 인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은 동맹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노선을 취하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때문이다.
브라질이 중국에 자국의 천연자원을 수출하는 동안 자국의 제조업은 자국통화 헤알화 가치급등과 값싼 중국산 수입품으로 기반이 흔들려 이른바 ‘네덜란드병’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 남미의 연 교역 규모는 2009년 2015억달러를 기록했다. 10여 년 전 100억달러에 비해 20배 늘어난 것이다.
브라질은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조절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핫머니 유입을 심화한다고 주장한 룰라 전 대통령과 달리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헤알화 가치는 지난 2년동안 40% 상승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은 현지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호세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3월 방문기간에 중국의 위안화로 인한 세계 무역불균형에 대해 언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우리시오 카르데나스 브루킹스연구소 라틴아메리카 책임자는 “미국은 브라질보다 나은 동맹국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브라질의 입장표명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신흥국들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직접적인 비난보다 브라질과 같은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압력을 가하는 우회노선을 취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5일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