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현대 등 금융계열사 노골적 지원
지난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이 삼성생명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한데 이어 삼성생명, 삼성SDI, 제일모직 등은 삼성화재를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했다. 또 현대차는 HMC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을 각각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시 금융 계열사를 단독 또는 복수 형태로 퇴직연금을 몰아주자 은행 등 퇴직연금을 취급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부당내부지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계열사 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그룹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기획 등으로 부터 3조원이 넘는 퇴직연금을 유치했다. 삼성화재도 △삼성생명 △삼성SDI △제일모직 등으로 부터 4200여억원의 퇴직연금을 이끌어 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은 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차로 부터 1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로 단독 선정됐다.
이 결과, HMC투자증권은 증권업계 퇴직연금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던 미래에셋증권(1조382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같은 그룹 계열사 몰아주기는 현대중공업그룹(하이투자증권), 롯데그룹(롯데손해보험), 한화그룹(한화손해보험), 동부그룹(동부생명, 동부화재), 현대그룹(현대증권) 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하이투자증권과 한화손해보험은 각각 유치금액의 98.5%, 80.6%가 계열사로 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 지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근로자들의 과반수 이상 찬성이 있으면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자가 선정됐다면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소위 일감 몰아주기와 달리 그룹 차원의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결정이 늦어질 수록 새롭게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대기업들의 그룹 계열사 몰아주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당국의 결정이 내려지면 퇴직연금 사업자로 그룹 계열사를 선정하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때 공개 입찰을 통해 결정하는데 반해 대기업들은 오히려 사업자 선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러 사업자가 경쟁을 하게 되면 근로자들에게 높은 금리를 제공하게 되지만 그룹 계열사로 밀어줄 경우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금리 혜택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올해부터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그룹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