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애님 KIST 센터장…연구결과 조급증 심각한 문제
“기초과학 연구결과는 영업처럼 돈을 투자한 만큼 즉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연구원들을 나가라하니 우수 인력이 자영업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현실이 됐다”
배애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 센터장은 26일 “기초과학은 많은 실패와 시도를 통해 무르익었을 때 길을 찾게 되는 분야”라며 이 같이 밝혔다. 기초과학 연구 결과는 자동판매기처럼 돈을 넣는 즉시 제품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배 센터장은 “기초과학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기다려야 한다”면서 “사회가 인정해주고, 연구원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때 꾸준히 수준 높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뇌의약 역시 화학·생물학·약학 등 기초과학이 결합돼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배 센터장은 “센터에서는 치매·파킨슨 병·우울증·신경성 통증 등 뇌와 관련된 질환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한다”며 “초기에 뇌질환의 원인이 되는 후보물질을 찾는 연구를 하고, 약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도출하게 되면 쥐를 이용해 테스트를 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뇌의약 센터에는 책임·선임연구원 각 7명, 일반 연구원 3명 등 총 50명의 석박사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대부분 기초과학 연구소가 그렇듯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한 달 지원금이 석사 100만~120만원, 박사 120만원 수준이며, 지난해 총 순수 연구비는 2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시간의 연구 기간이 필요함에도 4년이나 줄어버린 정년 개선도 시급하다.
배 센터장은 “연구원 정년은 61세는 너무 빠른 감이 있다”며 “박사 학위나 박사 후 연구 과정을 외국에서 마치고 들어와 연구원이 되면 빨라야 35세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고 대부분 40세부터 업무를 시작하는데 20년 일하면 정년이 돼서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력이 쌓인 연구원들이 교수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것도, 젊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
그는 “정부가 구제금융에 따른 구조조정을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연구 인력에 가장 먼저 손을 댔다”이라며 “이때부터 이공계 분야에 대한 고용 불안감과 기피현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기초과학 연구분야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기피 현상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수준 높은 연구 결과도 유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배 센터장은 “현재 센터에서는 인턴 대상을 대학생 뿐 아니라 과학고 학생들까지 확대해 실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젊은 학생들이 연구원 방문을 계기로 과학분야에 꿈을 갖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인 기초과학 분야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