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대 그룹 총수 및 경제 5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올해 수출과 투자, 고용을 늘리기 위해 재계가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주요 그룹의 올해 수출·투자·고용 계획을 종합적으로 보고하고, 각 그룹 총수들이 돌아가면서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 참석한 주요 그룹의 투자·고용 계획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부처의 재계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대통령과의 만남이 자연스러울 리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삼성, LG, SK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와 채용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룹경영계획에 따른 투자·채용 확대로 볼 수도 있지만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염두에 두고 미리 발표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집권 초기의 정책기조와 달리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정부 방침과 달리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이용해 재계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성실납세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유예라는 인센티브를 폐지해 모든 기업들에 대한 세무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청와대가 대기업들에 대한 입장을 나타내면 예하 부처들은 일사불란하게 재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요구가 없더라도 사업계획상 필요하면 투자와 고용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기업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환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