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위기의 골프장-블루칩을 찾아라

입력 2011-01-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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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계속 진행해야 합니까? 회원권 분양이 안되면 공사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올해 개장 예정으로 춘천에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는 한 기업주의 한탄이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는 있는 골프장사업. 사실 이런 우려는 이미 10년전 부터 향후 골프장 사업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된 바 있다. 골프장은 더 이상 골프장의 그린피 수입 등 만으로는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이에 때를 맞춰 한 골프전문채널에서 골프자문위원단을 구성해 ‘골프장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하는 주제로 토론도 가졌었다. 그러다가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그때 골프장 생존에 관해 벌이던 설전이 결국 현실이 됐다.

골프장 운영주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다만, 뚜렷한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골프장은 다른 스포츠산업과 달리 취약한 점이 있다. 스키장의 경우 비록 한시적인 영업일수를 갖고 있지만 수용에 있어서 인원에 관계가 없다. 스키장은 스키어를 넘칠 때 까지 받아도 된다.

하지만 골프장은 입장객에 대해 제한이 있다. 잔디가 좋다고, 날씨가 화창하다고 해서 무작정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티오프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나이트시설을 가동한다해도 한계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강추위에 폭설까지 몰아치면 골프장은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 수입이 전혀 없어도 관리비와 인건비는 나간다. 물론 고율의 세금도 내야 한다.

골프장을 살리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수익은 홀(hole)당 입장객수라 했다. 그린피는 일정하므로 입장객이 늘면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골프장은 여유가 있었다. 공급(골프장)이 수요(골퍼)를 못따라갔으니까. 이 때문에 골퍼들은 주말마다 부킹전쟁을 치러야 했다. 대략 정규홀만 연간 2500만 명이 골프장을 오가는 국내 골프장 경기는 그나마 호황이다. 다만, 골프장수가 지금처럼 400여개가 오픈하면서 ‘파이를 나눠 먹기때문에’수익이 줄어서 그렇지 아직은 ‘돈 벌이가 된다’는 것이 골프장업계의 주장이다. 잘 나갈때와 달리 수익이 줄어들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국내 골프는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은 골프인구와 입장객이 줄고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린피가 올라도, 골프에 대한 규제가 심해도 골프열기는 변함이 없다.

▲일러스트 홍종현 기자 cartoooon@

그만큼 국내 골퍼는 충성도가 높다. 골프를 반드시 해야 하는 악착같은 맛이 있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도 연습장을 찾는다. 어쨌거나 죽기 살기로 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남보다 먼저 사야 직성이 풀린다. 새로 골프장이 오픈하면 회원권도 사야하고 반드시 그 코스를 돌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특수 마니아층도 형성돼 있다. 무엇보다 접대골프가 살아 있다. 작든, 크든 내기 골프도 즐긴다. 특히 회원권 가격이 떨어져도 쉽게 팔지 않는 조금은 여유있는 골퍼들이 회원권을 소지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앞으로 국내 골프장을 살리는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국내 골프장을 살릴 잠재 수요가 곳곳에 숨어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파3코스와 스크린골프장이다. 파3코스의 규모는 6홀부터 18홀까지 다양하다. 수도권에만 40여개가 성업 중이다. 초보자들이 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정규코스를 밟기 전에 미리 코스를 경험하거나 쇼트게임을 연습하는 곳이다.

이뿐 아니다.

스크린골프장도 골프인구를 늘리는 무한지대로 손꼽히고 있다. 주말이면 2~3팀씩 무리지어 밤새는 ‘스크린족’이 적지 않다. 날밤새워 치고 놀고 한다. 샐러리맨들이 퇴근길에 잠시 들러 즐기기도 한다. 시간, 장소, 거리, 용품에 구애를 받지 않느다. 몸만 가면 된다. 이미 스크린골프족이 80만명을 웃돌고 있다. 전국에 스크린골프장은 6천개를 넘었다. 한 곳에 80개의 스크린이 들어간 골프건물도 등장했다.

정규 골프장을 가진 기업주들은 파3 이용객과 스크린골퍼들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그 무엇’을 갖고 정규코스로 끌어 들여야 한다. 아마도 정규 골프장이 살아남기위한 ‘블루칩’이 될는지 모른다.

이에 대해 안용태 대한골프전문인협회장(GMI골프그룹 회장)은 “지금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재앙의 그림자가 점점 더 커질 뿐”이라면서 “골프장도 생존전략을 위해 보다 장기적인 홍보 마케팅 플랜을 갖고 전문 컨설팅을 받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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