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1Q 순익 전년비 35% 감소
저가를 무기로 세계 의류시장에서 영역을 넓혀온 일본 유니클로의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은 13일(현지시간) 작년 9~11월(2011회계 1분기) 순이익이 22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한 2509억엔, 영업이익은 18% 감소한 498억엔이었다.
가장 실적이 좋았던 1분기 수익이 감소한 것은 2002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동일매장 매출 감소는 작년 12월까지 5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동일 매장 매출이 12%나 감소했다. 9월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추동 제품 판매가 침체한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저가 전략에 치우쳐 새로운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 치명타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작년 시즌 보온성 내의 ‘히트텍’ 이후 특별히 인기를 끈 상품이 없었다. 그나마 히트텍도 판매량은 늘었지만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 수익은 떨어졌다.
제품의 양극화 현상도 심각했다. 작년 시즌 인기를 끈 울트라 라이트 다운은 품절사태까지 빚어진 반면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보니 쌓인 재고품은 대폭의 가격인하가 불가피했다.
유니클로의 이같은 부진은 일본의 심각한 디플레이션 여파가 패스트패션 업계에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패스트패션이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를 뜻한다.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는 유명 백화점이 문을 닫은 자리에 유니클로를 포함해 일본 국내외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고가 제품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저가전략을 내세운 유니클로의 선전에 힘입어 루미네 같은 저가 패션빌딩이 등장할 정도.
그러나 내수는 침체되는 가운데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가격 하락을 부추기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유니클로가 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판매에까지 영역을 넓힌 것도 이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해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 향후 10년간 2000억~3000억엔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패스트패션 업계에는 새로운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스웨덴의 H&M을 시작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원래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 가격은 최대한 낮추고 수명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대량의 의류 폐기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선 티셔츠나 탱크톱, 데님 등 유행성이 강한 기본 아이템들은 소량 생산해 매장에서 모두 판매될 수 있도록 하고, 남은 제품은 유엔난민기구나 국제적십자에 기부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패스트패션 업계의 1인자인 유니크로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야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신제품 아이디어가 고갈된만큼 나일론 등 화학섬유 일색에서 벗어나 친환경 섬유를 채용하는 등 소재와 디자인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