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 KB금융 기대감 ... "'먹튀 부담에 하나금융 투자 어려울 것"
국민연금이 금융자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시중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가운데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표정이 밝아진 반면 하나금융에게는 되려 ‘그림의 떡’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공공성’을 띈 정부가 보유한 자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4일 “국민연금이 금융자본으로 유권해석을 마무리했지만 공공성을 띈 자금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로 올라설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각 금융지주사들은 국민연금의 유권해석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사들의 대주주로 나서준다면 향후 적대적 M&A나 증자 등을 통한 자금모집 등에 골치를 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오는 9월까지 자사주 11%를 매각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지분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반색하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은 중국과 국내 대기업 등등 몇몇 곳을 살피면서 지분을 인수해줄 투자자들을 물색해왔지만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등극해 준다면 더할나위 없는 지원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참여가 가장 관건이었다. 우리금융이 과점적 대주주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지만 일부 PEF 투자자들은 2~3년 후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으로 지분을 보유해줄 재무적 투자자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이 과점적 대주주 컨소시엄에서 최대 10~20%까지 지분을 인수해줄 수 있다면 우리금융으로서도 투자자 유치 등에서 부담을 덜 수 있어 최적의 ‘재무적 투자자’를 얻게 된다. 이 경우 국민연금이 향후에도 든든한 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우리금융으로서는 주주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의 유권해석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물론 국민연금의 유권해석이 금융자본으로 귀결되면서 하나금융으로서도 국민연금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시켜 외환은행의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국민연금의 성격이 ‘공공성’을 띄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그림의 떡'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공적연기금으로 국가재정법의 영향을 받는다. 금융위도 국민연금이 공적연기금으로 국가재정법상 비금융회사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의결권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로만 참여할 수 있다며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국민연금은 ‘정부자금’이라는 말이다. 하나금융이 현재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정부자금인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의 자금유치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말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아무리 재무적 투자자로서 하나금융의 증자에 참여한다고 해도 정부가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힘들다”며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13일 최근 정례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제조업 등 비금융회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소유하더라도 은행법이 정한 산업자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