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대다수 건설사에게 안정을 찾으려는 간절함이 녹아있을 법도 하지만 올해 역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건설사 CEO들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최대 화두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견건설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대형건설사 CEO들은 수주목표액을 높게 설정하며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감소하고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출 감소가 예상됐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허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결같이 “We Can Do It”을 외쳤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참담했다. 건설사 단 한곳도 연초 목표했던 수주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이 선방하며 자존심을 세웠지만 100%는 달성하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대다수 건설사들은 연초 목표액 대비 절반 정도가 고작이었다. 시공능력평가에서 상위를 점유하고 있는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그랬다.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는 경영자는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탓일까? 건설사 CEO들은 올해 역시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 높은 수주목표액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성과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그들에게서 현실을 직시하려는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시장환경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것은 CEO의 책무다.
올해는 건설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렇다해서 작년보다 크게 좋아질리는 결코 없다. 한밤중보다는 새벽이 더 춥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의 건설시장 환경에서는 돈키호테형 CEO보다는 제갈공명형의 CEO가 더 필요하다. CEO의 판단에 따라 기업이 흥할수도 망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올 경영전략과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