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유 성향 높아져
시중에서 유통되는 화폐가 4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고액권 발행과 현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유통 화폐 잔액이 43조3000억원이라고 4일 밝혔다. 이는 2009년 말 37조3000억원보다 6조원 증가한 규모다.
한은은 화폐 잔액 가운데 대략 10조원은 각종 금융회사의 시재금(대고객 영업을 위해 준비한 현금)으로 보고 있다.
결국 순수하게 민간에 풀린 자금은 시재금을 제외한 33조원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인구로 나누면 어림잡아 1인당 60만~70만원씩 현찰로 가진 셈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 규모가 커진데다 현금보유 성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9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보다 93.6% 증가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 GDP 증가율이 6% 정도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 규모도 10년 사이 거의 2배가 됐다.
또한 최근 현금보유 성향이 커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와 올해는 화폐발행 증가율이 21.4%와 16.0%로 경제 규모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발행액은 한 해 명목 GDP의 4% 정도를 차지하는 게 보통인데, 지난해는 이 비율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의 일상생활이나 경조사 등에서 씀씀이가 커져 현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수요가 늘어난 데는 5만원권이 본격적으로 유통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화폐발행에 잡히지 않는 수표를 5만원권이 상당 부분 대체하고, 고액권 발행으로 현금 휴대가 간편해져 현금이 더 많이 쓰였다는 것이다.
5만원권 발행 규모는 2009년 말 9조9000억원(1억9800만장)에서 지난해 말 19조원(3억8000만장)으로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