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시한폭탄된 회원권 예치금 반환
골프장이 벼랑 끝에 서 있다. 회원권 값의 폭락, 회원권 예체금 반환, 수익감소 등 올해 골프장은 어느 해 보다도 강도 높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수렁의 늪에 빠진 한국 골프장. 프리미엄 석간경제지 이투데이는 신년기획시리즈를 마련, 골프장 생존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강추위에 폭설까지 겹친 골프장. 대부분 휴장을 하고 있다. 영업 손실만 드러날 뿐 겉으로는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2000년대 중반 개장한 골프장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급 ‘뇌관’을 안고 있다. 바로 골프회원권 예치금 반환이다.
정상대로 반환한다면 무려 2조원에 이른다.
투자금을 환수하기위해 분양이 급급하다보니 입회 보증금에 대해 어느 골프장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특히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리라고는 더욱 예견치 못했다.
올해 말까지 37개 골프장이 1조926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2012년에는 47개 골프장이 3조1114억원이나 되는 돈을 회원이 원하면 반환해야 한다. 한국레저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밝힌 내용이다.
한꺼번에 반환신청이 몰린다면 국내 골프장도 일본골프장이 도산이나 파산한 것처럼 똑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단순히 반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프계 전반에 장기 불황을 몰고와 골프판이 ‘몽땅’ 고사(枯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부분이지만 국내 경제의 파장까지 불러일으킬 핵폭탄이다. 특히 회원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적 지도층인데다 경제인들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골프장 상황은 어떠한가.
돌려줄 돈이 없다. 이미 공사비에다 세금으로 회원권 분양대금은 어느 곳에도 없다. 국내 골프장 중 일부 대기업과 수도권 지역 H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예치금이 아예 없다. 처음부터 분양 대금을 그대로 골프장 공사비에 써버린 것이다.
최근 강원도의 한 골프장 매각 실사 작업에 참가했던 관계자는 입회금 반환금액이 무려 1000억원을 넘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매물이 이 정도면 다른 골프장은 어떻겠느냐”며 “에치금 반환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라고 골프장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2007년부터 회원권가격이 반 토막난데에 이어 3분의1까지 하락한 제주도의 골프장은 심각하다. 한 골프장은 입회금을 반환해달라는 회원들을 설득하느라 대표이사 명의로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반환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도 한계가 있다. 일부 회원들이 소송을 통해 예치금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환시점을 앞두고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헐값에 매각했고 지난해 재일교포가 운영하던 명문골프장 P골프장도 채무와 회원을 떠 안는 조건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대기업에 넘겼다. 회원권 가격이 뚝 떨어진 데다가 영업실적도 매년 하락하고 예치금 반환이 무서웠던 것이다.
예치금 반환을 앞두고 ‘돌려 막기’를 한 곳도 있다. 국내 최대의 골프장을 보유한 L골프장. 1억5000만원에 분양을 했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3000만원으로 낮춰 재 분양했다. 이 골프장은 회원들에게 연장을 요청했고 자매 골프장을 묶어 다양한 특별회원권을 발행해 입회 반환금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돌려막기라도 할 수 있는 골프장은 그나마 다행이다. 중소건설업체가 PF(프로제특 파이낸싱)를 일으켜 골프장을 건설, 회원권 분양을 한 곳은 앞뒤가 막혀 있다.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반환시점이 도래하자 아직 허가도 받지 않은 수도권 골프장 부지를 담보로 ‘회원대우’를 해주겠다면서 추가분양을 하는 등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천범 레저연구소장은 “돌려막아 봐야 결국 문제는 더 커진다. 최근 매물로 나온 골프장이 많은데도 쉽게 인수ㆍ합병(M&A)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입회금을 돌려줘야하기 때문”이라면서 “골프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거나 회원들이 한발 양보해 입회금 반환신청을 유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