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늘리고ㆍ日은 줄이고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투자 판세에 대조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투자 양상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모두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의 투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일본 기업의 순투자는 계속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과 일본 기업의 매출은 위기 전인 2008년 3분기(7~9월)의 70%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올해 2분기(4~6월)에는 일본 기업은 80%, 미국은 90% 수준으로 회복됐다. 영업이익은 매출 회복에 고정비 삭감 등의 효과가 더해져 최근에는 미국 일본 모두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일본 기업의 경우 위기 이후 지나치게 저축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2008년 하반기부터 저축이 꾸준히 늘다 최근에는 저축이 꾸준히 축소되고 있는 확인됐다.
이는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투자는 계속 억제되는 반면 미국은 점차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일본 기업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미즈호는 특히 일본 중소기업의 투자 억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목할만한 점은 버블 붕괴 후 꾸준히 현금흐름(CF) 수준을 밑돌았던 설비투자는 이후 역전 현상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재역전 현상이 다시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현재 CF를 100으로 한 경우 일본의 설비투자는 대기업이 61, 중소기업이 51로, 전례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미즈호는 전했다.
일본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 기업들에서는 유가증권 투자도 증가하는 등 기업활동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자금 활용상황을 보면 ‘고정자산투자’의 구성비는 미국 일본 모두 2009년 7~12월까지 계속 하락했으나 올해 상반기는 미국이 상승하는 한편 일본은 계속 저하됐다.
또 ‘유가증권투자’는 일본의 구성비는 꾸준히 상승했으나 10%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3%까지 높아졌다.
또 ‘현금+예금’과 ‘유이자부채상환’ 구성비를 보면 작년에는 미국과 일본이 모두 증가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는 일본의 경우 전기에 비해 더 높아진 반면 미국은 제로가 돼 보수적인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미즈호는 ‘현금+예금’이 금융 위기 전에 비해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보유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미즈호는 ‘배당+주식 매각’에 대해 올 상반기에 미국의 구성비가 대폭 높아진 점에 주목했다. 이는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을 늘리기 위한 주가 부양을 노리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가 움직임이 증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미국의 기업활동은 적극성을 띄는 한편 일본 기업은 여전히 투자 억제와 유동성 확보, 유이자부채상환 움직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미즈호는 이는 단기적인 경제 활동뿐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을 억제한다 며 저조한 생산 수준과 불투명한 경기 회복, 중장기적인 기대성장률이 저하하고 있다는 점이 일본 기업의 투자의욕을 짓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미즈호는 일본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설비·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제우대, 법인세율 인하 등 환경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