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영자여, 경영을 잊어라

입력 2010-12-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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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미 재계를 대표하는 20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 인근의 영빈관 블레어하우스로 초청, 경기활성화와 고용확대, 무역증진, 클린에너지 산업 진흥, 성장잠재력 확충 방안 등 경제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미국의 성공을 이끈 제1의 엔진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인의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반발짝, 한발짝 앞서간 기업인들 때문에 우리의 삶이 편해진 게 사실이다. 창의성은 특히 21세기를 헤쳐나가는 경영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경영자질이다. 21세기 경영자는‘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정답(?)을 뛰어넘어‘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창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이 시스템적인 사고에 갖히고, 인과법칙에 집착하고,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만 강조해, 기업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

9.11 테러가 있은 후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유포시킨 다름과 같은 글이 있다.

「9월11일이라는 날짜를 이루는 숫자를 합치면 11(9+1+1=11) 이 된다. 그 날은 1년의 254번째 날이었는데 그 수를 합해도 11(2+5+4=11)이다. 세계무역센터에 처음 충돌한 비행기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11편이었고 그 비행기에는 92명(9+2=11)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돌진한 비행기에는 65명(6+5=11)이 타고 있었다. 뉴욕 시(New York City)와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있던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 그리고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역시 각각 11개의 철자로 이루어졌다.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 역시 11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는가.」(유정식 著《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서 인용)

9.11 테러는 치밀한 모의에 의해 저질러진 필연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이 사건이 왜 하필 9월11일에 일었냐는 놓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했다. 우연을 얼마나 싫어했으면 필연적인 사건인데도 또 필연적인 이유를 찾아 인터넷에 유포했겠는가.

사람들은 왜 우연을 싫어하는 것일까. 아마도 우연은 비체계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하찮게 생각하는 우연에 의해 역사는 발전했다. 이른바‘세렌디피티(Serendipity) 효과’라 불리는 뜻밖의 발견으로 과학이 발전하고 기술이 진보했다.

‘세렌디피티’는 영국의 작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이 《세렌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라는 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말로 이 동화는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 인도의 세 왕자가 자신들이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없었지만, 뜻밖의 사건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자신들의 마음속에서 찾아낸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점에서 우연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 소중한 기회다. 경영자들이 우연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만 생각하고, 계량화된 숫자만 따지고, 조직의 생산성 향상에만 집착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경영자다.

정말 멋진 회사로 키워나가길 원한다면 어떻게 ‘세렌디피티’를 이끌어낼까 고민 해야 한다. 일본의 한 회사는 회사 모토를 ‘먼저 쉬고 싫증나면 일하라’고 정했다고 한다. 그 회사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월급 뿐 아니라 일할 기분까지 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보니 경상이익증가율이 다른 기업보다 평균 4배나 높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글은 어떤가. 구글 직원들은 근무시간의 20%는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식사 때가 되면 12종류의 식당 중 골라서 간다. 두 회사 모두 ‘세렌디피티’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실수를 멋진 음악으로 만드는 ‘재즈’같은 경영자가 필요하다. 재즈처럼 유연하고,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경영자만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경영을 잊어버릴 때 그 때부터 창조경영은 가능하고, 이것이 바로 21세기 경영자의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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