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 550조 어디로…

입력 2010-12-14 11:00수정 2010-12-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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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50조원 조만간 만기도래 ...투자처 못 찾고 헤매

은행권에 잠겨 있던 정기예금 50조원이 조만간 한꺼번에 만기를 맞는다. 여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55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돼 총 600조원을 웃도는 자금의 움직임을 두고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정기예금은 50조452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은행권의 전체 정기예금 잔액인 515조3298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만기 도래 추정액 42조8000억원보다 약 18% 증가한 액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고금리를 얹어주는 특판 예금을 대거 유치했던 것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예·적금이 11조원에 이르며 내년 1월에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정기예금이 4분기에 2조5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왔고, 내년 1분기에는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이 7조7000억원, 기업은행이 4조원의 정기예금 만기가 내년 1분기에 집중돼 있다.

시중은행들은 그러나 이번에는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의 재유치를 위해 고금리를 얹은 특판 예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은행권 자금이 넘쳐나 굳이 금리 경쟁에 나서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기도 만만찮다. 월별 국내 주식형 펀드 잔고가 지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지난 5월 71조8000억원에 달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63조원으로 줄어드는 등 지수가 오르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앞다퉈 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중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넘치는 형국이다.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요구불예금, 현금통화, 머니마켓펀드,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6개 항목의 자금을 합친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10월말 현재 556조398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코스피가 2000을 뚫었던 2007년에는 예금금리가 5%대였지만 지금은 3%대로 낮아져 부동자금이 상당한 규모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어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은 고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 부동산시장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시중자금이 금융권이나 주식, 부동산 등으로 분산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은행 정기예금의 성격상 만기가 돌아온다고 곧바로 은행을 떠나 증시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금리를 감수하고 상당 부분 은행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보증권 주상철 연구원은 “그동안 쌓인 미분양 물량이 일부 소화되고 있고, 금리도 낮아 지역에 따라 조금씩 상승하는 만큼 부동자금이 일부 몰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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