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과 체리피커

입력 2010-1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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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피커(Cherry Picker)’. 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카드 이용자에게 많이 쓰이지만 요즘은 저축은행에 더 어울릴 듯 하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예금보험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금보험료율 인상과 예금자보호 한도 축소에는 반대하면서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도입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을 0.35%에서 0.40%로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저축은행의 계속된 부실로 예보기금내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가 3조2000억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보는 은행, 보험, 증권 등 다른 계정에서 기금을 빌려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를 메워왔었다.

국회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은 현재 모든 금융기관에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적용되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각 업권의 건전성에 따라 차등 조정하자고 발의했다. 예금자 보호와 기금의 건전화라는 취지에서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부실 위험이 큰 저축은행의 보호 한도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업계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예보료 부담이 늘어나고 고객이 빠져 나가면 수익은 줄어들고 경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면 예보기금 공동계정 마련은 환영하고 있다. 공동계정은 각 업권에서 조금씩 추려낸 예보료로 만드는 별도의 계정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업권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때문에 수혜자가 될 저축은행만 반색하고 다른 업권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대규모 부실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수혈 등 외부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겨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책임은 회피하고 이익만 취하려는 자세는 곤란하다.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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