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세금 줄여주면 골프대중화 된다?

입력 2010-12-03 09:32수정 2010-12-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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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골프장 웃고, 지방 회원제 골프장 울고’

골프가 꼭 대중화가 돼야 하나. 반반이다. 문제는 ‘대중화(大衆化)’라는 의미다.

사전적으로 대중화란 대중에게 널리 퍼져 친숙해진다는 뜻. 또 인터넷과 전자 등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 문화가 넓게 대중에게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생활 속 침투로 사회 각 계층의 다른 가치관과 가치체계가 평준화되고 동질화된다.

한때 고급스포츠였던 스키가 대중화된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원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우리 스키장 갈까?” 하고 의견을 내놓으면 날짜만 잡으면 된다. 스키를 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은 스키장에 다 있다. 레슨도 거의 필요 없다. 한 30분 정도 미끄러지다보면 대충 탄다. 미리 준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입장객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혼자가도 되고 수 백명이 몰려가도 된다. 순서를 기다려 리프트에 오르면 된다.

골프도 그럴까.

절대 아니다. 골프는 일단 기본을 수개월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클럽을 구입해야 한다. 골프를 배웠다고 다 골프장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는 필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킹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함께 갈 동반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즐길 수 있는 것이 골프다. 이 때문에 골프대중화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을 찾은 골퍼는 2천800만명이 넘는다. 대회 때 갤러리가 아닌 순수하게 플레이를 한 숫자다. 골퍼의 증가도 있지만 그린피가 저렴해진데다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늘어 그만큼 골프장 가기가 용이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대중화를 바라는 것은 비용이 더 저렴해지고 쉽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골프는 시대가 변하면서 ‘사치성’이라는 오명은 벗었다. 그러나 여전히 특소세와 기타 세금이 엄청나다. 특소세는 특별한 사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니까 세금을 더 내라는 이야기다. 세금은 재산세가 일반세율에 최대 57배, 취득세가 5배, 체육진흥기금이 유일하게 골프그린피에만 붙는다. 골퍼가 입장할 때 내는 개별소비세는 카지노 4배, 경마장 24배, 경륜장 60배에 해당한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연장하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것에 대해 대한골프협회, 골프장경영협회 등 골프관련 단체들은 강도 높은 성명서를 냈다. 그런데 관련단체 중 한국대중골프장협회만 빠져 있다.

성명서에서 “2회 연속 아시안게임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고 미국과 일본 여자골프투어에서 각각 100승을 올려 국가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인 골프에 대한 국가적 기여도를 완전 무시하고 카지노 등 도박장보다 4배에서 60배까지 중과하고 있는 개별소비세를 다시 부활시킨 이번 결정은 골프대중화에 찬물을 끼얹어 연간 28조원에 달하는 골프관련 산업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우리 선수들의 피땀으로 조성된 골프강국 코리아의 꿈을 짓밟는 폭거로 규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적으로 입법부와 정부의 책임임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상대적으로 그동안 조세혜택을 받지 못했던 수도권지역 골프장들은 잠잠하다. 퍼블릭 골프장도 소리는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웃고 있을는지 모른다.

어쨌든 세제감면이 안되면 그만큼 그린피는 올라갈 테고, 그 몫은 고스란히 골퍼에게 돌아갈 것이다. 골프장 그린피를 평균 15만8000원으로 할 경우 개별소비세 1만2000원, 교육세 3600원, 농촌특별소비세 3600원, 부가가치세 1920원 등 합계 2만4120원이 세금이다.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금메달을 따고 선수들이 외국투어에서 우승해 한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과 세금의 연관성이다. 성명서대로라면 마치 골프장 탓에 메달을 따고, 세계 정상에 오르고, 골프강국이 된 것처럼 보인다.

골프대중화,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가가 궁금하다. 골프관련단체들이 주장하는 ‘세금만 줄여주면 골프대중화가 된다’는 발상자체가 묘하다.

“골프관련 24개 단체는 개별소비세 철폐를 비롯한 골프 중과세를 일반과세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향후 서명운동, 헌법소원, 캠페인 등을 통해 골퍼와 골프장을 봉으로 삼는 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성명서는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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