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권 상속·탈세 수단으로 악용
기업들은 ‘당사자 처벌 불가’라는 허점을 파고들어 차명계좌를 탈세와 비자금, 경영권 불법상속 등에 악용해왔다. ‘비자금’이라는 단어는 '차명계좌'로 이어졌으며 이는 경영권 불법상속 또는 탈세로도 이어졌다.
2007년 12월 삼성그룹은 당시 구조조정본부(현재 전략기획실)가 차명계좌를 개설해 관리해온 정황을 검찰에게 수사받았다. 검찰은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입수하고 진술을 받아냈으며 차명계좌가 만들어졌던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의 계좌 1개와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의 계좌 3개 등 모두 7개의 차명계좌를 찾아냈다.
이로 인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경영 전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졌으며 당시 구조조조정본부는 해체되고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들이 대부분 물갈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후 2009년 다시 불법 차명계좌가 화두에 올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007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과정에서 재일교포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했던 1999년 5월17일부터 신한은행의 한 부서에서 재일교포 4명의 명의로 차명계좌가 운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차명계좌의 존재가 드러난 2007년 3월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재일교포 4명의 계좌에 입, 출금된 횟수는 모두 197건이다. 입, 출금된 금액의 합계는 204억5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태광그룹도 차명계좌와 관련된 비자금 의혹을 받았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고려상호저축은행에 이어 흥국생명도 그룹 비자금 관리를 위한 ‘사금고’로 이용됐다는 의혹이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저축성보험 가입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들로 구성된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이 회장 일가가 313억원 규모의 저축성보험을 가입하고, 일반 직원들은 계약 내용을 조회할 수 없도록 설정한 뒤 보험금을 운영했던 사실을 2003년 파업 당시 발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