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내년 6월로 예정된 1.8GHz 대역의 주파수 반납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 이 대역의 주파수는‘016’과‘018’등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입자만 170만명에 달한다. 이는 KT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 수준.
KT가 이들 2G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1.8GHz 대역의 주파수를 재할당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2000억~3000억원의 주파수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연간 700억원 가량의 기지국 운용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8년 1.8GHz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해 줄 때 KT가 저주파수 대역을 확보할 경우 1.8GHz 대역의 주파수를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KT는 최근 900MHz 대역의 저주파수를 확보, 1.8GHz 대역의 주파수 반납에 대한 걸림돌도 없는 상태다.
더구나 3세대(3G) 네트워크 유지와 4세대(4G)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KT로서는 1.8GHz 대역의 주파수를 재할당 받는 것보다 2G 가입자를 3G로 전환하는 것이 여러 모로 득이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2G 가입자를 3G로 강제 전환할 수 없고, 그렇다고 2G 서비스를 서둘러 중단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자칫하면 2G 가입자를 여타 이동통신사에게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 U+는 4G 서비스가 이루어질 때까지 2G 서비스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태며, SK텔레콤은 800MHz 대역의 주파수 고수와‘011 ’번호의 브랜드 유지를 위해서라도 2G 서비스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KT는 현재 1.8GHz 대역의 주파수를 반납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존 2G 가입자 사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마케팅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2G 가입자의 3G 전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통신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KT 모바일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일단의 텔레마케터들이 최근 2G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3G 전환을 권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KT는 이에 대해“문제의 텔레마케팅은 일부 대리점이 KT 본사를 사칭해 벌이는 판촉 활동으로 KT와는 관계가 없다”며“공짜 스마트폰 제공 전화는 KT를 사칭하는 사기성 전화”라고 강조했다. 표현명 KT 사장 역시 트위터를 통해“KT 사칭 전화는 대부분 무작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본인 허가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텔레마케팅을 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8년 12월 실태조사를 통해 이 같은 불법 텔레마케팅을 벌인 이동통신 3사에게 각각 5000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불법 텔레마케팅은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KT의 3G 전환 마케팅을 통해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다음달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과다경품 제공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경우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같은 불법 텔레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이동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연말 쯤 전체적인 부분을 파악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