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예보율인상 · PF대출 30%룰 적용
저축은행들이 최근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최근 만성적인 저축은행 계정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 인상 방침을 밝힌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로 금융감독 당국이 저축은행 규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들은“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업무영역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승우 예보 사장은 국정감사에서“내년에 저축은행에 대한 예금보험료율을 0.05%포인트 올리고 이후에 좀 더 올리겠다”고 밝혔다. 예보는 또 저축은행의 경영건전성 등을 살핀 뒤 내년 이후에 추가로 0.05%포인트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보 관계자는 “향후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현행 0.35%에서 0.45%까지 인상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예금보험료율 인상은 올해 4월 금융위가 발표한 서민금융회사 건전경영유도방안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지만 추가 부담을 해야하는 저축은행들은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하면서도 ‘규제 강화’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보험료율 인상은 그나마 건전하던 저축은행들도 부실화 시킬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건전화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PF 부실문제 등으로 저축은행 규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여신의 절반을 넘으면 안된다는 ‘50%룰’과 △Pf대출은 30%를 넘을 수 없다는 ‘30%룰’을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이 적용하면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이외에도 우량 저축은행 기준(8·8클럽) 및 적기시정조치 대상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최저치도 강화될 예정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2009회계연도에 4726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등을 감안하면 향후 2~3년간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뭐니뭐니해도 저축은행의 가장 큰 고민은 부동산 PF를 대체할 만한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기만 할 뿐, 영업력 확보를 위한 보완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자본을 확충하고 BIS 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대주주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을 할 수 있지만 대주주 증자의 경우 100억원대 이상의 대규모 증자가 필요한 곳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능성이 적고 후순위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축은행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보유했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을 처분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최근 소액신용대출에도 집중하고 있지만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 대출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업계는 △‘50% 룰’ 완화 △비과세예금 취급 허용 △펀드판매 허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에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요즘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업무 영역도 확대해줘야 한다”며 “시장이 원활하게 굴러가고 업계가 생존하면서 국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지원에 앞서 철저한 구조조정과 자구책 마련이 우선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료율 인상도 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업계가 업무영역 확대 등의 요구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저축은행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