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에르메스 지분율 17.1%로 확대
글로벌 명품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LVMH가 경쟁사인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의 지분율을 확대한 것.
LVMH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에르메스의 지분 14.2%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VMH의 에르메스 지분율은 17.1%로 확대됐다. 3%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업계에서는 LVMH의 에르메스 지분율 확대를 놓고 인수·합병(M&A)을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에르메스에 지속적인 호의를 보여온데다 지난 2년 동안 에르메스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LVMH는 과거에도 업계 라이벌인 구찌와 펜디 도나 카란에도 군침을 삼킨 바 있다.
그러나 LVMH는 이날 성명에서 "에르메스에 대한 인수와 이사 선임 요구 등 경영권에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의구심을 유발했다.
LVMH는 "에르메스의 장기 투자자가 되어 에르메스라는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 핵심인 프랑스라는 속성과 가족 경영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라며 "현 경영진의 전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LVMH의 이번 행보가 에르메스 인수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루카 소르카의 샌포드 번스타인 명품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분율 확대는 LVMH가 향후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LVMH는 대중적인 명품을 다루고 있지만 에르메스는 초고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에르메스는 창업주 일가가 지분의 72%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M&A 표적이 될 수는 없다는 평가다.
현재 에르메스의 시가총액은 186억유로(약 30조원)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VMH의 에르메스 지분율 확대와 관련, 최근 몇 년 간 실적 호조를 배경으로 명품 M&A 시장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명품 M&A 시장은 10년 전 전성기에 비하면 빈사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주 가문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업계 특성상 M&A가 이뤄지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이다.
LVMH는 지난 1999년 구찌에 대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다 창업주 일가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에르메스와 불가리,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창업주 일가가, 샤넬은 베르트하이머 가문이 각각 소유주이거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경우 창업주 일가 200여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창업주 후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장 루이 뒤마가 타계하면서 일부 주주들이 지분을 팔 것이란 소문이 나돈 바 있다.
에르메스는 “창업가문이 결속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LVMH의 막대한 자금력을 뿌리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VMH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1억1000만유로로 전년 동기의 41억4000만유로에서 크게 증가했고 에르메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증가한 11억달러를 기록했다.
LVMH는 루이 뷔통과 모에 샹동 등 세계 패션 업계에서부터 주류 업계까지 대중적인 명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