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美 對 신흥국 대결로 심화

입력 2010-10-22 08:4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핫머니 유입 억제 총력...브라질·태국 등 시장 개입

글로벌 환율전쟁이 미국과 신흥국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중국·일본으로 대표되는 환율전쟁 3강 구도가 신흥국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브라질과 태국, 한국 등 수출 주도형 경제인 신흥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 6월 이후 주요 통화에 대해 10% 가까이 하락한 상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강달러를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는 달러 약세 흐름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 분위기마저 흐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달러 인덱스 추이(블룸버그)

신흥국을 중심으로 약달러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신흥국은 이미 공개적으로 통화가치 절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브라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귀도 만테나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 9월27일 "글로벌 환율 긴장은 실제적으로는 무역전쟁"이라면서 미국을 강력 비난했다.

브라질 중앙은행 주요 관계자는 이번주 "워싱턴의 양적완화는 심각한 시장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면 달러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외환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자본시장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준은 오는 11월3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추가 양적완화 실시 여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최대 1조2000억달러가 채권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은 자국 통화인 헤알화 상승을 막기 위해 지난 18일 브라질 채권 투자에 대한 금융거래세(IOF)를 기존의 4%에서 6%로 인상한 바 있다.

지난 3개월간 헤알화 가치는 7%가 넘게 상승했다.

신흥국의 가장 큰 고민은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투기자금인 핫머니가 대량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핫머니 유입은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과열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거품경제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약달러에 따른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해외 주식펀드로 투자된 미국 자금만 매월 40억달러가 넘는다.

시장조사기관 트림탭스에 따르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밝힌 8월에만 190억달러의 미국 자금이 해외펀드에 투자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달러 선물을 통해 투자자들이 지난 주 달러 약세에 베팅한 자금만 326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국의 외환시장 개입도 봇물 터지듯 이뤄지고 있다. 최근 수주에 걸쳐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 국가만 필리핀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대만 브라질 일본 등 십여개 국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달러 약세가 자연스러운 추세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약달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달러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존 B. 테일러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미국은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달러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