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공개적 거론 꺼리던 소극적 입장서 탈피
정부가 G20 서울 정상회의의 논의에서 환율 문제에 대해 비중을 크게 높이면서 적극적인 조율 자세로 변했다.
19일 정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환율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외교적인 불문율로 여겨져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꺼려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 여러 국가의 환율분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1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분쟁 부각 이전의 상황에서 올해 G20 의장국인 정부는 환율 문제의 부각을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전에 환율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주요 의제로 논의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거나 프레임워크의 일부분으로 이야기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었다.
윤증현 장관은 환율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던 상황인 지난 8일 개최된 IMF 연차총회 참석 후에도 브라질 재무장관이 환율 문제를 적극 거론한 것을 두고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러면서 환율 문제는 물밑에서 비공개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환율 자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관행이 경제 관료의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가 국가 사이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경제 관료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합의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환율 분쟁의 핵심에 위안화 절상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정부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G20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서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중국의 입장도 정부는 고려해야 했다.
이같은 관성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환율 문제에 대해 정상회의에서 조율하겠다는 언급에 대해서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일반적인 수준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브리핑에서 해명하기까지 했다.
윤증현 장관도 IMF 연차총회 직후 대통령의 언급이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의 해명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입장은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 문제가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국한되지 않고 신흥국으로 자본이 몰리면서 평가 절상되는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환율이 절상되면 수출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간의 위안화 절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상황에서 전선이 확대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프레임워크 차원에서 환율이 논의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이전의 소극적인 면피용 논의 방침에서 적극적으로 변했다.
적극적인 조율 속에서 가능한 합의까지 도출해 내려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 문제에 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G20의 정신이 글로벌 성장을 위해 구성 부분이 손해를 보더라도 모든 회원국이 이익을 보는 방향의 정책공조를 이루어나간다는 데 있다는 것에 기반을 두고 합의를 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