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채무상환 능력을 둘러싸고 금융시장에서 우려가 증폭되자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국채를 매입하는데 지난 주에 3억2300만유로를 쏟아 부었다고 밝혔다. 이는 2주전의 2억3700만유로에서 증가한 것으로 8월 중순 이래 최고 수준이다. ECB는 매입한 국채의 국가와 상환기한은 분명히 하지 않았다.
WSJ은 ECB가 지금까지 매입한 국채 규모는 평상시에 비하면 증가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시기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개시됐을 당시 ECB는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 첫 주에만 160억유로 이상을 국채 매입에 썼으나 올 여름 채권시장이 안정되고 유로존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국채 매입 규모도 점차 감소했다.
급기야 8월초까지 ECB의 국채매입 액수는 1주일간 1000만유로 정도로 감소, 이 프로그램이 조만간 종료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낳았다.
문제는 ECB가 5월 이후 국채 매입에 610억유로(약 92조7400억원)를 투입했지만 재정 문제를 떠안고 있는 국가의 차입 비용은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채수익률과 비교적 안정적인 독일 국채간의 스프레드는사상 최대이거나 또는 그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어 이들 국가에서는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ECB가 국채 매입 규모를 한층 확대하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ECB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5월에 16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 국가 가운데서 상황이 심각한 국가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2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한가지는 문제를 떠안고 있는 국가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해 일반 국민들 사이의 신뢰를 쌓는 것이었고 또 한가지는 ECB가 언제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ECB의 첫 시도인 이 프로그램에 대해 ECB의 정치적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달에 국채 매입의 목적은 “금융정책의 전달 기능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재정위기가 재부상한 지금, ECB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취지를 되살려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