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해외 이전ㆍ부품수입 확대ㆍ제품가격 인상 등
엔화 고공행진에 대한 일본 당국의 방관을 참다 못한 기업들이 행동에 나섰다.
도요타와 혼다, 소니 등 주요 수출업체들이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나 부품수입 확대, 제품 가격인상 등 엔고대책에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같이 전하고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하면 일본 산업의 공동화가 한층 심각해져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83엔대에 진입, 이후에도 84엔대에서 맴돌며 기업들이 상정한 87~90엔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25일 간 나오토 총리와의 회담 후 “엔고가 예상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여기다 주가하락까지 더해져 회복 기조에 있던 일본 경기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올해 상정환율을 달러당 90엔, 유로당 125엔으로 정하고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엔화가 달러당 10엔 오르면 주요기업들의 경상이익이 올해는 10.2%, 내년에는 9.6% 각각 감소한다.
도요타의 경우 상정환율은 달러당 90엔으로 1엔 엔고로 300억엔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엔화가 달러당 84엔 수준이 계속되면 연간 1800억엔의 영업이익이 날아간다.
엔고로 타격이 가장 심각한 부문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채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닛산은 이미 주력인 소형차 ‘매치’의 생산을 태국으로 옮겼고 혼다는 내년 3월부터 일본에서 생산하는 4륜차의 해외 부품 수입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예를들어 소형차 ‘피트’의 해외 부품 수입 비중은 이미 17%로 높였지만 앞으로는 ‘시빅’ 등 하이브리드 차종으로도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혼다는 수요 동향에 따라 인도 태국 등에서 생산하는 이륜차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역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용 엔진의 수입을 개시했다.
전기업계에서도 엔고 대응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일본 효고현에 있는 플라즈마 패널 공장의 생산설비 일부를 중국 상하이로 옮길 계획을 발표했다.
전자기기 제조업체 NEC는 해외에서 전개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의 현지 조달량을 늘릴 계획이다.
해외 사업 비중 높은 캐논 역시 일본 국내외 생산 체제 재편 검토에 들어갔다.
소니는 미국과 유럽에서 PC ‘바이오’의 신모델 일부의 가격을 올렸고 세이코엡손도 해외에서 잉크젯 프린터의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다.
재무적 측면에서 엔고 대책을 강화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조선 등을 수주할 때 계약단계에서 고객사에 엔화 결제를 요구할 방침이다. 동시에 외화기준 자재 조달을 늘려 엔고 리스크에도 대비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체인 TDK는 외화 차입을 늘려 보유하고 있는 외화 기준 자재 조달 규모를 확대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완화한다.
혼다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과거 여러 차례의 엔고 국면을 극복해 맷집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엔고 대책이 한계에 달했다”며 기업들이 직접 대응을 서두르는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신문은 이 같은 움직임이 한층 확산되면 일본 생산의 공동화와 고용 유출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