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제국. 영화 제목이 아니다. 구글에 대해 월가에서 돌고 있는 얘기다.
요즘 글로벌 인터넷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란과 관련 구글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월가 호사가들은 구글이 경쟁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다른 방식으로 '악마의 제국'을 건설한다고 떠들고 있다.
목적을 위해 MS는 둥글둥글하게 마찰을 줄이고자 한다면 구글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MS 역시 1990년대 중반까지는 '독불장군'의 이미지가 강했다. 당시 IT업계에서는 MS가 '우리는 넷스케이프를 사거나 또는 죽일 수도 있다(We can buy you or we can kill you)'며 호언장담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MS는 결국 넷스케이프를 사실상 죽이는 전략을 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최근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 인터넷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한때 95%까지 치솟았다.
윈도 끼워팔기식으로 사실상 MS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한 것이다.
MS의 이같은 행보는 결국 규제 당국의 벌금 폭탄으로 저지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MS에 부과한 벌금은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엄청난 벌금에 데인 MS는 이후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구글은 망중립성과 관련해 입방아에 올랐다. 구글은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인터넷 망중립성에서 무선인터넷을 제외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열린 웹을 지지한다던 입장에서 180도 돌아선 셈이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시민들이 구글의 결정에 분노했다.
전세계 30만명이 청원서에 서명했고 일부 시민은은 구글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망사업자가 컨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를 차별하지 말아야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구글은 최근 스트리트뷰와 관련 개인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세계 주요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열린 인터넷을 외치며 전세계 네티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구글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지난 19일은 구글이 상장한지 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주가는 4배로 치솟았다.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이미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을 정도로 성공한 젊은 갑부 그 이상의 삶을 살고 있다.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고 외치던 그들이 악마의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요지경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