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1일 '7월 고비 넘긴 남유럽, 스페인 더 지켜봐야'라는 보고서에서 "스페인 경제는 민간 부채가 많으며 주택경기와 관광산업이 침체해 있어 장기불황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 건전화와 금융권 구조조정이 실패하고 경제의 성장 잠재력까지 떨어져 장기불황에 빠지면 스페인 위기는 남유럽을 넘어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연구원은 스페인의 부채와 관련해 "국가 부채는 그리스의 절반 수준이고 공공 부문의 외채 비중도 지난해 말 19%로 그리스의 65%보다낮다"며 "하지만 은행 등 민간 부문의 대외 부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주력 산업의 침체와 실물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대외 차입으로 메우는 경제 구조에서 비롯했다고 홍 연구원은 설명했다.
스페인은 2008년 경상수지 적자가 1천54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0.5%를 차지해 적자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나라 밖에서 돈을 빌려 적자를 메운 결과 민간의 외채 비중은 83%로 그리스의 46%보다 배 가까이 높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해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저축은행의 부실이 불거지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홍 연구원은 "저축은행 민간 대출의 부실 규모가 600억유로에 육박한 것을 비롯해 일반 상업은행의 부실 여신 115억 유로와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적자 보전금 102억유로를 더하면 스페인이 마련해 놓은 은행 구조조정 기금 990억유로의 대부분이 소진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은 최근 국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 가운데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채 발행 비용이 비싸지고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도 우려돼 곳곳이 암초인 바다를 항해하는 셈"이라고 빗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