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규제 핵심인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의 완화 여부에 대한 결론은 아직은 이르다고 정부가 판단했다. 최근 시장상황과 정책효과를 좀 더 심층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공론화 발언에 이어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4개 부처 장관이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더 속을 들여다보면 각 부처의 고민이 담긴 논쟁이 DTI규제 완화 시기를 미루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꽉 막힌 거래를 풀어줘야 한다는 데는 부처간의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부처의 입장에서 정책적 판단에도 우선 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DTI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정책당국의 의견이 갈려 강한 논쟁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거래가 살아난다는 국토해양부는 현재 DTI규제 한도를 상향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반면 금융당국은 가계부실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빚을 지고 집을 사도록 놔두면 가계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DTI를 5~10%P 올려줘 봐야 거래량 증가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국가 전체적인 금융시장 건전성을 감안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주장을 한 것.
국토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지 않으면 건설사 부실로 이어져 금융권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맞섰다. 단순히 DTI규제 완화가 미뤄진 게 아니라 서로의 논리를 깨뜨리고 각 부처의 입장에서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이다.
팽팽히 맞섰지만 DTI문제와 관련해서는 생산적인 토론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선의 결론을 얻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면 더 정확한 처방전으로 약을 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DTI규제 완화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파는데 불편을 덜어주고 서민.중산층이 거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관계부처간에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됐던 것은 아니다"라며 "DTI 완화에 대한 효과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DTI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