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사기사건.. 승자는 없었다

입력 2010-07-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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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와 5.5억달러로 화해.. 골드만삭스 장애물 여전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5일(현지시간) 5억5000만달러(약 6616억원)에 골드만삭스와 화해하면서 3개월간의 공방이 일단락됐다.

SEC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5억5000만달러는 월스트리트 기업이 SEC에 내는 제재금으로는 사상 최고 금액이라며 골드만삭스와 화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지불하는 벌금 가운데 3억달러는 투자가들에게, 1억5000만달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낸 독일 IKB 독일산업은행에, 1억달러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에 돌아간다.

SEC의 로버트 쿠자미 조사국장은 이번 화해에 대해 “정당한 조치와 공평한 거래의 원칙에 위반한 기업에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하는데 있어서 상품의 복잡성과 투자가의 교묘함은 무관하다는 명백한 교훈을 월스트리트의 기업에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언뜻 보면 골드만삭스가 일방적으로 패배한 듯한 발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번 화해를 둘러싸고 승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SEC가 성명에서 사용한 ‘실수’나 ‘불완전한 정보’ 문구는 사기가 아닌 과실처럼 비춰진다”며 “SEC 입장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면 골드만삭스는 ‘경제적 승리’를 거둔 셈”이라고 비아냥거렸다.

SEC는 골드만삭스의 항복을 받아낸 한편 골드만삭스는 약간의 금전으로 사기 행각을 덮었기 때문이다.

SEC는 골드만삭스에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고 수준의 벌금을 물렸지만 이는 골드만삭스의 한 분기 순이익의 16%에 불과한 수준이다.

힌츠 애널리스트는 “벌금액은 지난 1분기(1~3월) 골드만삭스의 실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14일분의 순익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골드만삭스와 SEC의 화해가 공교롭게도 미 상원에서 금융규제개혁법안이 통과되고 영국 BP가 멕시코만에서의 원유 유출이 3개월 만에 차단에 성공한 날 발표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련의 사건들이 둔화하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측의 화해로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이 대폭 상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주식의 15일 종가는 145.22달러. SEC가 부채담보부증권(CDO) 조성 판매에서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제소한 4월 중순 이래 21%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13% 하락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SEC와의 화해 소식이 전해진 후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4.4% 급등했다.

헌팅턴 에셋 어드바이저스의 피터 소렌티노 펀드매니저는 “이번 화해로 골드만삭스의 주가를 가리고 있던 구름 중 하나 개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WSJ은 칼럼 ‘월가에서 듣는다(Heard on the Street)’를 통해 골드만삭스의 앞날에 장밋빛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오는 20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이익이 얼마나 약해졌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금융규제개혁법안이 상원에서 통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가운데 조만간 자기자본으로 하는 거래에 법적인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려된다.

더불어 골드만삭스가 SEC와의 화해에 대해 연방 판사의 승인을 무사히 받아낼지도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WSJ은 "골드만삭스가 이 같은 장애물들을 극복해야만 SEC와의 화해가 의미있다" 강조하고 "이 경우 골드만삭스의 주식은 장부가액의 1.5배, 즉 200달러 가까이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EC는 지난 4월 16일 2007년 미 주택 시장이 악화되는 가운데 문제의 CDO를 조성ㆍ판매했다는 혐의로 골드만삭스를 제소했다.

SEC는 당시 골드만삭스가 헤지펀드 폴슨이 포트폴리오 내의 증권 선정을 돕는 것과 동시에 이들 CDO의 하락에 배팅하는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자산가 존 폴슨이 경영하는 헤지펀드 폴슨은 이 거래로 10억달러를 벌었지만 부정행위로 간주되지는 않았다.

다만 2007년 모기지 관련 투자에서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알려진 패브리스 투르 당시 부사장을 상대로 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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