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외환銀 상생을 생각 할 때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놓고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에 재무구조 평가에 대한 불공정성을 논하며, 주채권은행을 바꿔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외환은행은 주채권은행 변경은 불가하고, 신규대출 중단하겠다고 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8일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키로 서면 결의하고 13개 은행에 통보했다.하지만 지금 여기서, 왜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여기까지 왔는지 잠시 쉼표를 찍고 뒤를 돌아보자.

쟁점이 되고 있는 재무약정이라는 것은 부실경영의 우려가 있는 대기업 그룹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주거래은행과 같은 채권단 등과 맺는 양해각서를 말한다.

이 약정을 맺을 경우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부실 계열사 정리·부채 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

즉, 원론적으로 재무약정이라는 것은 부실경영의 우려가 있는 그룹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최악의 불황에서도 경영성적으로 세계 2위를 했고 올 2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는데 부실기업으로 몰리는 것이 싫다는 거다.

거기다 지난해 해운 시황이 가장 어려웠던 때를 기준으로, 그것도 해운업에 대한 전망이나 특수성 없이, 재무적 요소만을 보고 현대상선을 부실기업으로 몰아 재무약정 체결을 관철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해운사들은 선박을 발주할 때 20~30%가 자기자금이고 나머지 70~80%가 부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말이다. 더군다나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해운업 특성상 재무약정은 대외 신용도 하락에 치명적이다.

이에 외환은행에서는 실적에 자신이 있다면 일단 상반기에 재무약정을 체결하고, 하반기 평가에서 실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그때 약정을 졸업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서로의 논리가 모두 틀린 것도 아니고 일리가 있다. 다만 은행이 기업에게 성장과 투자를 지원·독려하고 국가 경제를 이끌도록 돕는 본연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갈등은 감정적이며 경직된 측면이 크다.

재무약정을 맺지 않고도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는 기업인데도, 재무약정으로 인해 경영에 타격을 입고, 심지어 회생이 어려워 질수 있다면, 재무약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재무약정을 맺은 한진해운 역시 올해 해운시황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부채를 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올해 한척의 선박도 발주를 하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967년 외환은행 설립 때부터 생사를 함께 해온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이번 일로 등을 돌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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