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 사장 "분사해도 경쟁력 자신…퀀텀점프 이룰 것"

입력 2010-06-20 11:52수정 2010-06-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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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루브리컨츠 亞합작사 설립계획…남아공 사솔과 청정석탄 파트너십 추진"

"한국과 아르헨티나전 경기를 봤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창의적인 플레이에서 졌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이름이 난 브라질 축구선수 펠레가 왜 유명한 줄 아십니까. 공을 다루는 개인기나 스피드, 유연성을 보면 그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지만 그가 축구황제가 됐습니다. 펠레가 세계 축구사에 독보적인 이름을 남긴 이유는 경기장을 뛰는 22명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어디에 패스해야 할지 경기의 흐름을 앞서 보면서 공간과 시간을 창조하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알았기때문입니다. 기업 경영도 축구와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의 움직임은 물론 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읽어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창조적인 경영만이 살 길입니다"

구자영(사진) SK에너지 사장은 18일 대선 유성구 SK에너지 기술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경영 전략을 축구에 비유하며 "산유국의 정유·화학 생산 허브 전략, 세계 수요 회복 지연, 글로벌 친환경 정책 등으로 에너지 기업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 조차 담보 할 수 없는 대변혁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SK에너지는 사업·기술·조직 문화의 3대 혁신으로 글로벌 선도 에너지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석유·화학 부문의 분사로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구축, '퀀덤점프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퀀텀 점프는 물리학 용어로 어떤 현상이 선형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게 아니라 계단을 오르듯 다음 단계로 순식간에 뛰어넘는 것을 뜻한다.

구 사장은 "석유·화학 부문을 분사해 SK에너지 본사는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연구개발(R&D) 분야와 자원개발(E&P) 분야를 담당하고 석유, 화학, 윤활유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3곳을 거느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윤활유 부문을 분사해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를 설립했고 내년 1월 석유와 화학부문을 각각 분사할 계획이다.

구 사장은 "분사가 갑자기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이미 2008년 회사내회사(CIC) 체제를 도입한 뒤 사실상 독립적으로 경영해 오며서 내부적으로 실험해 왔다"면서 "이후 윤활유 부문을 분사해 SK루브리컨츠를 운영하면서 '실증' 단계를 거쳐 성과가 있음을 확인, (분사가 해답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유국이 정유·화학 분야에 직접 진출하고 있고 전통적인 수출시장인 중국과 인도도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도전적인 국면에서 혁신적인 변화없이는 SK에너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SK루브리컨츠는 작년에 분사한 뒤 직원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며 "SK루브리컨츠의 성공으로 독자적인 경영을 해야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빠르게 대처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SK루브리컨츠 분할 이후 몇 개월만에 놀라운 성과가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고, 수주도 폭발적으로 늘었다"면서 "스페인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렙솔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8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는데 아직 파트너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는 기술력을, 파트너사는 자금을 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또 "사실 (이미 발표한) 유럽보다 아시아에서의 합작사 진척이 더 빠르다"며 "이미 핵심설비 주문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분사에 따른 경영 불안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기업 내부로 보면 CIC 체제와 바뀌는 게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분사 이후 석유 사업부문은 지금까지 정제 위주에서 벗어나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적 성장을 위해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화학 사업부문은 석유 정제에서 원료를 얻는 의존형 생산에서 벗어나 연구단지에서 개발된 '프리미엄 신소재'를 생산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기존 석유화학은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중국법인 'SK차이나'가 주로 담당한다.

특히 페루 등 남미 진출을 검토중이다. 국유화 경향이 강해 다른 나라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 중동 시장보다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는 남미 시장에 진출한다는 게 구 사장의 설명이다.

구 사장은 "자원개발과 기술원(연구조직)만으로 존속하게 되는 지주사는 신사업 창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며 "이를 위해 휴스톤에 테크니컬 센터 확대 등 인력확보에도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분할 전 자산 유동화에 대해서는 "독립 회사들이 빠른 시일 내 안정될 수 있도록 재무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비 핵심 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설명했다.

구 사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하이브리드차 배터리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순수전기차 배터리에서는 SK에너지가 후발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제일 먼저 전공정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편광필름(TAC·Tri-acetyl Cellulose), 연성회로원판(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등 정보전자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린폴(Green Pol), 청정석탄(Green Coal), 바이오 부탄올 등에 대한 연구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사장은 청정석탄과 관련, "두 달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석탄액화 선두기업인 사솔(SASOL)과 설비 계약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사솔은 이산화탄소 문제로 제한적인 생산을 하는 데 이를 없앤다는 게 SK에너지의 목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 혁신(Culture Innovation)은 회사와 구성원간의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창의력 있는 구성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기존 사업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인재가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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