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그룹을 진정 살리는 길

최근 재계의 핫이슈는 단연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간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둘러싼 팽팽한 갈등이다.

지금껏 '돈줄'을 쥐고 있었던 은행에 기업이 고개를 떳떳이 들고 맞선 경우는 찾기 힘들다. 그 만큼 이번 현대그룹과 외환은행간의 갈등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기업을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춰지는 이유다.

외환은행은 15일까지 현대그룹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부채권단들과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마련해 공동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현대그룹은 지난 7일 외환은행에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한 이후 주채권은행을 바꿔 재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이 해운업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기업이 어렵고 힘들 때 도와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재구구조 개선 약정은 주채권은행들이 41개 대기업그룹 계열의 지난해 12월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모두 동일한 원칙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현대그룹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게 외환은행의 입장이다.

마치 감성과 이성,음과 양, 과거와 현재 등 서로 이질적·대립적 요소들이 마구 충돌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숨을 크게 쉬고 본질적으로 한번 접근해 보자.

외환은행이 당초 현대그룹에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자고 한 것은 현대그룹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결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과연 현대그룹을 위한 것인가?

다른 기업들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에, 현대그룹에도 똑같은 칼자루를 들이대야 한다는 채권단의 논리는 무리가 아닐까.

더군다나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해운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지 않은가. 해운업계에서는 선박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통상 선가의 80~90% 달하는 대규모 금융차입을 필연적으로 수반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수성 없이 일괄적으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더군다나 대부분의 해운업체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로 힘든 한해를 보냈지만, 현대상선은 국내 해운업체중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했고, 지난 1분기에는 116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은 서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 이전에,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과 그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정말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 끝과 끝은 통한다는 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