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라면 징글징글할 정도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미국도 아닌 유럽 악재에 우리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니. 촌스럽다고 해도 좋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스의 '그'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한다는 투자자도 있다. 문제는 유럽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멍가게도 아니고 나라의 재정이 위험하다는데. 당연히 쉽게 끝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재정이 위험한 나라가 그리스 하나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이른바 유럽의 돼지형제는 물론 영국을 거쳐 동유럽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적처럼 '재정독감(flu)'이라는 표현이 과장되지 않을 정도다.
재정독감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제시할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유럽이라면 치가 떨리는 요즘 스웨덴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이 안되는 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달러. 복지병에 걸린 적자대국에서 유럽 최고의 재정 안정국으로 변신한 나라. 스웨덴을 설명하는 수식어구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맞아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뜨고 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사실 스웨덴은 요즘 유럽 주요국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그리스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EU의 그리스 지원을 반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해결책 마련이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복지병에 몸살을 앓던 1990년대 스웨덴이 재정적자를 흑자로 돌리는데에는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복지에 안주하는 게으른 국민들의 천국이라는 비난에서 유럽의 우량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간이었던 셈이다.
스웨덴의 부상을 보며 독일의 최근 행보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독일은 앞으로 4년간 800억 유로의 예산을 줄인다는 긴축정책안을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아가 경기부양책을 철회할 시점이라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는 경기부양으로 내수를 살리라는 미국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티모시 가이트너 장관이 지난주 유럽을 방문해 내수 진작을 요청한 속내는 유럽에서 돈을 풀어 미국의 수출을 살리려는 것이었다.
당연히 유럽에서 이를 모를리 없다. 가뜩이나 집안일로 머리가 아픈데 한때 세계경제의 기관차였다는 미국은 자국 이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순방에 나선 가이트너 장관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대가 가기는 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