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압승할 수 있었던 데는 친노 세력의 부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들어서 전정권 심판론에 숨죽였던 친노 인사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재입성한 것이다.
정부는 선거 유세에 돌입한 5월20일 천안함 조사결과를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하고 안보정국을 형성하면서 5월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전후로한 시기 노풍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는 듯 했다.
한나라당 역시 정부 발표를 기점으로 '햇볕정책'을 주도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북풍과 전 정권 책임론을 주도하면서 노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북풍' 공세에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했던 민주당 등 야당은 막판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와 '선거이용론'으로 북풍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기점으로 북풍이 차츰 누그러들면서 수면 아래로 숨었던 노풍이 다시 부활했다.
이번 지방선거 광역시도지사 선거 친노로 분류되는 후보는 모두 6명이다. '좌희정 우광제'로 불리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충남도지사 후보로, 이광제 전 의원이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또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사실상 야권 단일 후보로 한나라당의 오랜 텃밭인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와 이명박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인 이달론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이들 3명의 후보는 특히 전통적인 여당 지지 지역인 강원과 경남, 선진당 우세지역인 충남에서 당선됨으로써 이 지역에서 사상 첫 야권 도지사를 배출했다.
노 전 대통령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한명숙 민주당 서울특별시장 후보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최대 20%까지 차이났던 격차를 0.5%까지 좁히는 초박빙 승부를 연출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선거 3일전 사퇴로 명실상부한 범야권 단일후보가 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도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의 현역 프리미엄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또한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김정길 민주당 후보도 40%대의 높은 지지율로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를 끝까지 위협했다.
이밖에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김만수 부천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승전보를 올렸다.
이와 관련 야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천안함 사건의 원인 제공자라며 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친노 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재평가의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