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극을 받은 일본이 한국을 배우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이를 두고 성급한 판단이라는 목소리가 출현하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1일 삼성과 도요타의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의 경영방식 차이 때문에 한국을 무조건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 경제의 선전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 굴지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 힘의 비밀’ ‘삼성을 따라 잡을 수 있다’ ‘한국에서 배우자’ 등의 특집기사나 사설 등이 등장할 정도다.
일본 다마대학 김미덕 경영정보학부 교수는 1일 닛케이비즈니스 기고에서 한국 기업의 위기대응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이 한국기업을 성급하게 배우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복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예를 들었다.
이 회장은 독창적인 경영 철학에 근거해 대담한 경영 개혁을 단행해 왔다. 1993년의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호령은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또 2007년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성장동력을 잃는다는 ‘샌드위치 위기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미ㆍ일 추종형 지적 경영에서 탈출을 시도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기업이 붕괴하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향후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이나 제품의 대부분이 없어질 것이다”라며 ‘재차 위기론’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삼성이라는 그룹은 장기에 걸쳐 경영을 담당해온 오너의 리더십에 의해 ‘거대기업이면서 빠른 경영 속도’ ‘다각화하고 있지만 고도로 전문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도메인’ ‘오너 경영자와 전문 경영자의 조화’ ‘미국형과 일본형의 절충형 경영’이라는 독자적인 강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경영 속도와 변화 속도를 과연 일본 기업이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4년이나 6년에 한번씩 기업 총수가 바뀌는 일본의 대기업에는 이 같은 경영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더 나아가 일본 언론 중에는 “일본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담긴 제조문화를 일컫는 말) 신화를 버리고 한국 기업의 개혁ㆍ전략ㆍ실행력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일본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수완을 배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한국 기업이나 경제에서 배우는 것에 대한 위화감과 부정적 견해도 강하게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일본이 한국 기업이나 경제를 무조건 따라해선 안 되는 이유 3가지를 꼽았다.
우선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 실패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한국 제품이 아무리 세계에서 잘 팔려도 일본 제품에 비하면 품질면이나 디자인면에서 어딘지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강하다는 점.
세 번째는 일본의 교육과정이나 기업 세미나 등에서 한국의 정치ㆍ경제ㆍ문화를 학습할 기회가 매우 적어 기업가들의 기초지식이 얕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자신이 6년간 일본 대기업의 싱크탱크에서 한국기업의 경영실태를 주시해온 결과 일본 기업들은“한국 기업에서 배우지 말아라. 그러나 그 움직임이나 정보만은 항상 주시해야 한다”라며 기고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