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그룹 재무약정 이견

외환銀 "약정 체결로 선제적 구조조정"... 産銀, 신한銀 "자율협약으로 가자"

현대그룹의 채권단들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재무약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부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 현대상선의 1분기 실적까지 반영한다면 한 단계 낮은 자율협약 형태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채권단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 주말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채권금액 상위 3개 은행인 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에게 서면으로 통보하고 31일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겠다고 전해왔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8018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도 300%에 육박할 정도로 재무상환이 악화된 만큼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이다. 현대아산도 지난해 2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의 여파로 올해 역시 수익개선이 불투명할 전망이다.

하지만 산은과 신한, 농협 등 부채권은행은 이번 재무구조평가위원회는 서면으로 외환은행의 일방적인 입장만 통보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했지만 부채권은행들은 현대상선의 1분기 실적을 반영하지 않은 신용위험평가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지난해 연말까지의 실적만 기준으로 삼고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고 하지만 부채권은행들은 1분기 실적까지 반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1분기 실적이 턴어라운드를 하고 해운업황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면 자율협약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재무구조평가위원회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31일까지 현대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여부에 대해 판가름이 나지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이들 채권단의 이견 정리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결정되는 31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지난해 8월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 중간평가에서도 이미 불합격 판정을 받아 6개월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유예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 또 유예받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흑자전환 턴어라운드를 반영한다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문제는 시장적 관점과 정치적 관점이 혼재돼있기 때문에 쉽게 풀 수 없다"며 "채권단들이 내부적으로 실적 기준을 연말로 잡을지 올해 1분기로 잡을지 우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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