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백화점, 한숨짓는 재래시장

입력 2010-05-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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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회복세 불구 서민 체감경기 썰렁...계층별 양극화 뚜렷

▲손님들로 가득한 백화점의 매장과 썰렁한 재래시장의 모습이 극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1.8일 오전 8시 남대문시장 '퀸프라자' 1층 의류매장. 한 시간 동안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 한명 뿐,적막할 정도로 한산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몰아치기 이전 같으면 도매상들로 붐빌 시간이다.

#2. 같은 날 오후 2시 롯데백화점 본점 1층 화장품매장. 어버이날을 맞아 '베스트 선물기획 세트'를 판매중이다. 매장은 선물을 사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일찌감치 동난 행사 상품도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행사가 많은 5월은 유통업계가 대목보는 달이다. 백화점 고객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대형 마트는 밤 늦게까지 매장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사정이 다르다.'퀸프라자'만 해도 최근 104개 점포중 10여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경기 회복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다.

◇ 북적이는 대형 유통매장

지난 2일 금융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을 연간 4.4%에서 5.8%로 상향 조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5% 전후로 전망했다. 생산, 소비, 수출입 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업 실적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던 예전 모습은 없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호조를 띠는 경제지표에 걸맞게 경기회복을 실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글로벌 경제위기로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방문객 수나 매출이 2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 손님 발길 끊어진 재래시장

반면 소규모 상인들이 물건을 사러 와 서민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남대문 시장은 아직도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안 돼도 어느 정도껏 안 돼야지. 하루 3~4장도 팔릴까 말까야. 재래시장 좀 살려줘”ㅁ부인복 매장 이모(여·62)사장은 하소연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옆 ㄹ매장의 김모(여·60세)씨는“개시도 못하는 날이 많아. 장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벌여놓은 게 많아서 접을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옛날에는 여기 발 디딜 틈도 없이 잘 됐지. 환란 때도 여기는 괜찮았어.”ㅅ건강보조식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남·55)씨를 비롯한 대다수의 상인들은 90년대 말이 차라리 나았다고 입을 모았다.

23년째 ㅎ갈치조림 가게를 운영 중인 문모(여·59)씨는“옛날에는 하루 600그릇 넘게 팔았는데 요즘은 100그릇도 못 팔아. 예전에 장사 잘 될 때는 이 골목 안을 걸을 수도 없이 사람들이 꽉 찼었지. 지금은 봐. 손님이 한 테이블 밖에 없잖아”라고 한탄했다.

◇ 서민경제와 동떨어진 경제지표

경제지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실업자 수는 113만명(실업률 4.7%, 고용률 57%)에 달하면서 2001년 1분기(113만5000명)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20대 취업자 수가 370만명으로,1981년 4분기 349만5000명 이후 최저다.

따라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회복세의 경제지표가 그저 '남의 일' 처럼 느껴질 뿐이다.

ㅍ한복 매장을 운영중인 박모(여·39)씨는“그깟 숫자 조금 오르는 게 무슨 소용 있어,서민들 지갑에 돈이 두둑해져야 진짜지”라며“정부가 물가안정과 서민경제 회복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강명훈, 김동효, 김소희, 김현경, 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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