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령과 상·하원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총 1만7888명의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하는 필리핀의 3대 선거(대선·총선·지방선거)가 10일 실시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새로운 투표 시스템이 예상됐던 대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리핀 선관위 측은 이번 3대 선거 때부터 새롭게 도입된 자동검표 시스템과 함께 자동투표 시스템(AVS)이 문제점을 노정시키면서 투표시간이 길어지자 당초 오후 6시로 예정됐던 투표 종료 시간을 오후 7시로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자동투표 시스템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쓰도록 돼있던 과거 기표방식 때와는 달리 투표용지의 후보자란에 표시된 원에 펜으로 검은색을 칠한 뒤 자동검표기에 투표용지를 투입해 판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검표기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거나 유권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투표가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된 것이다.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는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0.자유당) 상원의원조차 투표소의 자동검표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제때에 투표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처럼 새로운 투표 시스템에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선거결과를 둘러싸고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며, 자동검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선거일 현재까지 30여명이 사망하는 등 이번 3대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폭력사태가 재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