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7인을 만나다(Meet the Goldman 7)'
서부영화도, 소설책의 제목도 아니다. 골드만삭스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실린 기사다.
이날 월가는 물론 전세계의 이목이 워싱턴에 쏠렸다. 금융위기 이후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민심을 뒤흔든 스캔들의 핵심 관계자들이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트레이딩의 황제'라는 별명과 함께 경쟁업체 모건스탠리를 물리치며 승승장구했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 등 골드만삭스의 전현직 간부 7명이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골드만삭스가 금융이 아니라 도박을 한 것 아니냐며 맹공을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블랭크페인은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투자 포지션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며 증권사기혐의를 부인했다.
애초에 금융상품이라는 것이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금융기관의 투자 포지션을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 블랭크페인의 주장이다.
경영진 가운데 유일하게 피소된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 역시 가치가 하락하도록 상품을 설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을 오도하지 않았으며 그럴 의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조차 월가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공은 사건을 수사할 검찰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골드만삭스 스캔들이 쉽게 해결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은 월가에 박혀 있는 뿌리깊은 인맥 시스템 때문이다.
헨리 폴슨. 공교롭게도 이번 골드만삭스 스캔들에 연루된 폴슨앤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와 이름이 같지만 불과 2년전까지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초부터 골드만삭스의 이사로 재직해 1999년 CEO 자리에까지 오른 뒤 2006년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로버트 루빈. 1995년부터 4년 동안 재무장관을 지낸 월가의 대표적인 신사다.
루빈 역시 지난해까지 씨티그룹 회장으로 일했지만 재무부 장관에 오르기 전 골드만삭스의 공동회장을 지냈다.
최근 미국의 차기 연방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리나 케이건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 역시 골드만삭스의 자문위원을 지낸 것으로 드러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케이건 차관이 골드만삭스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미국의 대법관 지명전에 돌발변수가 터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 정재계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골드만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피해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사태를 지켜보며 과연 오바마 행정부의 결단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S&P가 '유럽의 돼지들(PIIGS)'로 불리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가뜩이나 심난한 투자자들의 마음에 골드만삭스가 생채기를 내고 있다.
100년이 넘게 해먹었으면 이제는 그만 해도 되는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