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예금성부채에 0.15% 부과 방안 검토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은행의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부과, 단기성 외화차입을 적절히 제어하고 거둬들인 은행세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 비서관은 미국의 논의처럼 비예금성 부채에 0.15%의 은행세를 부과하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해나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가 이처럼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은행세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현송 보좌관의 경우 비예금부채에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같은 방안도 태스크포스에서 다른 여러 가지 방안과 함께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 보좌관은 이전부터 그런 견해를 피력해 왔다"면서 "은행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은 앞으로 검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보좌관은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옥스퍼드대 교수, 런던 정경대 교수 등을 거쳐 2006년부터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신 보좌관은 금융위기 및 통화정책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말 안식년을 맞아 국제경제보좌관직에 1년 계약직으로 임명됐다.
신 보좌관은 투자은행이 부채를 비이성적으로 조달해 영업하는 것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연구를 계속해 왔으며 리먼브라더스의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탔다.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같은 정책 검토를 조심스러워 하지만 신 보좌관은 학자 출신으로 평소의 연구와 신념이 바탕이 된 정책을 거침없이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신 보좌관의 발언을 감안하면 정부는 그동안 환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외은지점의 본점 달러 차입에 대한 규제를 G20 정상회의가 논의하고 있는 은행세를 통해 시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가 G20 정상회의의 은행세 논의를 단기외화차입규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신 보좌관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독자적인 외환차입규제에 대해서는 시장 위축 가능성과 달러 공급 비용이 늘면서 차입비용만 커지게 돼 기업의 해외 직접 차입만 부추길 수 있다는 부작용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G20 차원의 공조 속에서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은행세에 대해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는 단기외화차입규제를 제외하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아직 은행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여타 신흥국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은행세는 미국이 자국계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규제를 위해 다른 나라로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화 논의로 만들려는 의도“라면서 ”정부가 G20 모멘텀이 살아나가길 바라면서 결정을 받아들일 상황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예금성부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은행이 과도하게 부채를 조달하면서 예금에 대한 대출 비율인 예대율이 높아지는 위험성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방안이다.
은행은 자금 대출을 위해 예금 외에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외화 차입을 하고 있다.
현재 예금이 없다시피 한 외은지점들은 비예금성부채에 대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도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예금성 자산이 많은 곳은 은행세 규제에 대한 우려가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고민이 크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세 도입 경우 이익의 3분의 1인 1000억원이 비용으로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 결과를 감안하고 비예금성 자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G20에서 거론되는 은행세는 그러나 상황이 다른 각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기에는 너무 포괄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비예금성부채에 은행세를 부과하면 예금 외 자산을 끌어오는 것이 어려워져 대출이 위축되면서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비예금성부채에 은행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포괄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