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폭탄...하이난도 부동산 1년새 150%↑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1970년대 초반의 일본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부동산시장이 1990년대 일본의 버블붕괴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1970년대 상황과 많이 닮았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부동산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앙은행의 태도도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중국의 70개 주요도시의 부동산 판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상승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매우 걱정된다”며 우려했다.
부동산 버블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도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하이난도를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휴양지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거액의 투기자금이 흘러 들면서 하이난성 하이커우시의 부동산 가격은 1년 전의 1.5배로 높아졌다.
이처럼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에선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과 금융완화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해 과잉 유동성 흡수에 나섰다. 그러나 대외 경제환경으로 인한 위험이 커지는 것과 경기 회복 지속성을 우려해 금리인상은 꺼리고 있다. 또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2008년 여름부터 사실상 고정돼 있다.
이 같은 점이 바로 일본의 197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이 표방한 ‘일본열도 개조론’에 의해 부동산 광풍에 불이 붙었다. 정부가 태평양 연안의 공업단지를 열도 후면의 저개발 도시로 옮긴다는 정책이 수립되면서 제2의 버블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일본 부동산연구소가 발표하는 전국 시가지 가격지수는 1970년 3월말 현재 31에서 1974년 9월말에는 62까지 급상승했다.
그럼에도 당시 일본은행(BOJ)은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수준에 그쳤다. 당시 대장성이 “국회의 예산 심의 중에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세게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은 1973년 4월에나 겨우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다.
일본은행은 올해 3월 발표한 중국의 부동산 가격에 관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과감한 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 정부 역시 과거 일본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발전 단계 역시 1970년대 일본과 유사하다.
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현재 중국은 3500달러로 1973년 일본의 3800달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동차 보급률과 도시인구비율은 1960년대의 일본과 거의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의 중국은 당시 일본과 달리 성장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이 다르다. 왕성한 주택ㆍ사회 인프라 수요가 부동산 가격의 하한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NP 파리바 증권의 고노 료타로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중국 당국은 본격적인 긴축이 늦어지면 버블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긴축을 지나치게 미루다 1973년 1차 오일쇼크까지 겹치면서 ‘광란의 물가’로 불리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당시 1974년 1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4.5% 폭등해 공황상태에 빠진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