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수산업을 이끌어온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로 아시아 부유층을 겨냥해 활로를 모색키로 한 것이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내 신규주택착공건수는 45년 만에 처음 80만채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일본 최대 주택건설업체인 세키스이 하우스의 경우 지난해 주택판매 건수는 전성기인 1993년의 7만8275채의 60%에도 못 미쳤다.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저출산 고령화로 주택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키스이 하우스는 지난해 이민 등으로 인구가 늘고 있는 호주 등으로 눈을 돌렸다. 호주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짓고 있는 세키스이는 일본 현지의 주택과 같은 소재 및 공법을 쓰되 외벽과 색상, 디자인은 현지식으로 바꿔 호주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세키스이는 “일본의 주택 단열 및 환기성,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다”며 “일본 국내가 주요 시장이긴 하지만 안정된 수요가 전망되는 나라에는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세키스이는 향후 10년간 시드니 외곽에 주택 6600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계약 건수는 이미 100채를 넘어서는 등 반응이 좋아 올해 안에 중국과 러시아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1980년대부터 현지법인을 세워 상하이 등 중국에서 주로 일본인 거주용 임대아파트를 건설해온 야마토 하우스는 지난 2006년부터 다이렌에서 현지 부유층을 겨냥한 분양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쑤저우에서 분양에 필요한 행정 수속에서부터 판매까지 일괄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1000만~9000만엔대.
주택자재업체인 스미토모린교도 호주 대형 주택건설업체에 투자해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택건설업체들은 내장제 전문업체인 토토의 비데나 히타치의 엘리베이터 등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제 설비들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울 방침이다.
야마토 하우스 관계자는 “고급 주택으로 차별화하겠다”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일본식 욕실 등 생활 스타일의 변화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사카키바라 아유무 수석 컨설턴트는 “신흥국의 주택 시장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그 동안 쌓은 기술과 불만처리 등의 노하우를 살려 현지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토지 구입에 대한 외자 규제 기준이 자주 바뀌는 나라도 있어서 주택건설사업이 해외에서 자리잡기까지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