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머니] "감사하며 감성 키우면 인생 2모작이 풍요롭죠"

입력 2010-03-17 15:54수정 2010-03-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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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정선기념관 이석우 관장은 2006년에 은퇴한 노교수다. 41년생이니 올해로 일흔을 맞는다. 1973년 대학 강단에 서 30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역사를 연구한 사학과 교수였다.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장도 역임했고 옥스퍼드대학교와 버밍엄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도 지냈다. 그는 누가봐도 명예롭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은퇴 이후 숙명적 숙제… 잊혀지는 두려움

그에게는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 관장은 이를 무의식의 두려움이라 표현했다. 그는 생각했다. 은퇴를 앞두고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잊혀지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고. 이 관장처럼 잊혀짐을 극복하는 것은 은퇴이후에 처리해야 할 숙명적인 숙제다.

그는 이 숙명적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그는“은퇴 이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살고싶다. 못해본것들이너무많다”고말했다. 은퇴를 맞이하기 전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빨리 찾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은퇴 전에 조금씩 준비를 해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사랑해서 역사연구만 30년 넘게 해온 이 관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다. 그는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재직시절부터 틈틈이 그림을 그려왔다. 실제로 그는 중학 시절은 그림 그리기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그린 <자화상>이 홍익대학교 주최 전국 중고등학교 미술대회에 입선까지 했다. 그는 은퇴 전부터 본인의 사학 분야와 미술을 조우시키기 위한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그는 국내에서 미술과 사학을 접목시킨 최초의 학자로 인정받는다. 그러한 노력들을 인정받아 은퇴 후 겸재정선기념관의 초대관장에 임명됐다. 그는 언젠가 본인이 관장으로 있는 겸재정선기념관에서 그림 전시전을 갖고 싶다고 또 하나의 꿈을 세우고 있었다.

“1주일 중 2일은 좋아하는 일에 투자”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앞두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선진국을 보십시오. 그들에겐 은퇴가 끝이 아니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지요.”이 관장은 아일랜드에서 만난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친구는 가구수리공이자 디자이너였다. 그는 아이들 교육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만 벌며 살아왔다. 그가 55세 되던날 아내에게 선언했다.“여보, 일주일중에 이틀은 나의 자유를 위해 살겠오”

선언 이후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정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정년은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인생2모작의 출발점입니다. 때문에 정년 이후의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마음껏 누려야 하는 것이지요.”

“나이가 드는 것에 감사하라”

그는 나이가 드는 것에 관해“젊음도 아름답지만 노년이라고 다 나쁜 게 아니다. 모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넉넉한 마음이 생긴다”며 그래서 삶은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노인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만들어낸 계층입니다. 스스로 젊은 감각을 갖고, 그것을 즐기면 그는 더 이상 사회에서 말하는 노인이 아니지요.”이 관장은 젊은 감각은 감성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혼자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으며 여전히 감성을키우고 있다.

교수 재직시절, 사학과 학생들의 감성을 키우기 위해 가을이 오면'낙엽 주워오기'를 과제로 내주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은퇴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을 구했다.

“5분만이라도 자기의 모든 것을 놔버리세요. 그러면 세상을 품을 수 있습니다. 빈(空) 시간이야 말로 진정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게 만드는 생산적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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