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요 늘지만 구조조정·가동률 조정에 공급량 줄어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당초 사이클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의 설비 노후화에 따른 가동률 감소와 구조조정으로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석유화학업계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석유화학 수출액은 26억85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1.6% 증가했다.
올해 1월 수출액 27억2800만 달러(78.2%)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당초 석유화학 시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작년의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석유화학기업들이 설비 노후화로 가동률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공급물량이 줄어든데다 아시아 역내 다수 설비의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 감소로 수출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수요는 느는데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적으니, 상대적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로서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천진에서 시노펙과 사빅(SABIC)이 최근 합작으로 가동을 개시한 100만t 규모의 NCC(나프타분해)공장은 현재 70%의 낮은 가동율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의 두샨지PC(Dushanzi PC), 시노펙 퀼루(Sinopec Qilu), 시노펙 텐진(Sinopec Tianjin)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얀삽(Yansab), 얀펫(Yanpet), 아이비엔 루슈드(Ibn Rushd) 등도 지난 1월 중순부터 공장 가동률을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만 포모사(Formosa Petrochemical)는 일산 54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 중 8만4000 배럴의 #2. RFCC(Residue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잔사유 유동식 접촉분해공정)에 대한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RFCC는 고도화시설의 핵심공정이다.
또 정기보수 기간동안 프로필렌 추출 설비의 가동률도 약 5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과 사우디, 중국 등 아시아지역 석유화학설비 가동중단 장기화 가능성 및 3~5월 중 다수의 아시아 정기보수 등으로 제품가격 강세가 상반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안상희 애널리스트도 "정기보수 등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원재료인 납사 가격이 상승해 시황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당초 예정된 정기보수 계획을 앞당기거나 기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GS칼텍스는 예정보다 이른 지난달 18일 여수공장 나프타 스플리터 유니트(NSU)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수출물량 조절 차원에서 당초 일정보다 앞당긴 것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해외 석유화학기업의 공급 차질이 단기간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높은 가동률과 안정적인 공장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당분간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