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3만개 제조기업 의견조사
한·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A를 통해 새롭게 수출입에 나서거나 대일수입을 통한 원부자재 조달 시 비용절감을 할 수도 있지만, 한·일 FTA의 전자·전기, 기계 등, 한·중 FTA의 섬유류, 철강 등을 중심으로 국내 내수시장이 잠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한·일 및 한·중 FTA에 대한 제조업체 전반의 득실전망, 찬반의견, 수출입 활용, 경쟁전망 등의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수출입기업, 중소기업 등 한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FTA 관련 기업 조사의 단점을 보완, 생산시설을 가진 우리나라 전체 제조기업(종업원 10인 이상) 3만8567개사를 모집단으로 설정, 이 가운데 3만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를 통해 13개 품목, 6개 규모(종업원수), 영업형태(수출·수입·내수 등)별로 한·일 및 한·중 FTA에 대한 제조업계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FTA에 따른 이익을 직접 받게 되는 수출입 업체들의 경우 한·일 FTA에 대해서는 80% 이상, 한·중 FTA에 대해서는 75% 이상의 찬성 비율을 보였다.
내수기업의 경우 한·일 FTA에 대해 대체로 6대 3 정도의 비율 내외에서 품목 간 편차가 크지 않은 찬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장기간에 걸친 거래관계 속에 수출용 원부자재 또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납품용 수입 등이 비교적 안정된 공급관계로 형성돼 있어 FTA를 통해 일본에 대한 수출입을 새롭게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한·중 FTA에 대해서는 우리 내수업계가 중국산 완제품과의 경쟁을 우려하면서 한·일 FTA보다는 다소 낮은 5대 4 정도의 박빙의 찬반 비율을 보였다.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내수업계가 새롭게 수출입을 개시함으로써 중국 내수시장 개척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주로 완제품 위주여서 ‘가격’ 변수에 의한 내수시장 경쟁을 촉발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내수업계는 현재는 일본이나 중국과의 무역이 없는 상태이나 FTA 체결을 통해 상대국에 대해 새롭게 수출 업무를 개시할 의향을 갖고 있는 비율이 양쪽 모두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FTA를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일 FTA와 관련해서는 품목별로 정밀기계, 자동차 및 부품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는데 이들 품목의 업체는 한·일 FTA 체결을 계기로 새로이 수출에 나서겠다는 시장개척 의지가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일 FTA에 대한 반대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기계(반대 39.2%), 철강(반대 34.2%)은 내수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파악됐다.
한·일 FTA 체결 시 내수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비율이 현재 22.6%에서 54.9%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고, 경쟁이 더 치열해질 품목으로는 전자전기(65.4%)와 더불어 기계(64.4%), 철강(59.4%), 섬유류(55.6%)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FTA에서는 FTA 체결로 내수업체 가운데 33.5%는 수출을, 26.9%는 수입을 새로이 개시하겠다는 의향을 표시했다.
정밀기계 등의 경우 내수업체가 한·중 FTA를 중국시장 개척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상당수 업체들은 중국산 수입확대에 따른 내수시장 잠식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내수시장에서 국산 섬유류, 생활용품 등이 중국산과 경쟁하는 비율이 이미 5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중 FTA 체결이후에는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비철금속 등 폭넓은 분야에서 중국산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성대 연구원은 “한·일 및 한·중 FTA를 수출확대와 경쟁력 강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중국산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의 민감성을 반영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