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상승과는 무관...한계기업 최후의 '주가 띄우기' 승부수 경우도 있어
정기주총 시즌과 맞물려 발행주식의 액면을 분할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액면 분할은 유통주식수 증가와 함께 가격인하 효과로주가 상승이 기대되지만 주가가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할 뿐 기업가치 상승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특히 액면분할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실적이나 업황악화로 인한 한계기업들의 마지막 '주가 띄우기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액면분할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계기업이 최후의 주가 부양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단기간에 주가를 올려놓고 대주주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의 세심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 25일까지 액면분할을 마무리했거나 결정한 기업은 유가증권 11개사, 코스닥 4개사 등 총 15개사다. 지난해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수가 총 32개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은 액면분할 결정이후 거래량 급증과 함께 주가 상승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23일 1주당 5000원인 액면가액을 2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결정한 제일기획은 공시직후 31만5000원까지 급등세를 타며 사흘 연속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대원전선과 아남전자는 발표 직후부터 거래량이 급증하며 이틀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이는 등 액면분할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전날 액면가 5000원인 주식 1주를 액면가 500원짜리 10주로 나누는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KPX그린케미칼 역시 전일대비 5.31%(1300원) 상승한 2만5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기대했던 액면분할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소위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대H&S, 보령제약은 액면분할 공시 후 당일 반짝 상승세를 기록했을 뿐이다.
유양디앤유 지난 23일 한 주당 액면가는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고 공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거래량이 많고 주가가 충분히 낮은 수준임에도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초저가 싸구려' 주식으로 인식돼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할 개연성이 높다.
지난달 22일 1주당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관리종목 K사가 대표적인 경우.
공시 전날 K사의 종가는 230원. 계획대로 액면분할이 진행됐으면 발행주식총수는 3825만2969주에서 1억9126만4845주로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주식분할 안건은 임시주총에서 결국 부결됐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위원은 "저가 주식들의 경우는 액면을 분할하면 싸구려 주식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순 착시효과를 노리는 액면분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