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채권단 오후 회의에서 양자택일 카드 내밀 듯
경영권 포기냐, 금호석화 워크아웃이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됐다. 금호아시아나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 워크아웃 카드를 제시하고 오너 일가들에게 경영권 반납을 요구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8일 2시 30분 회의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면서 그룹 오너 일가들을 비롯한 대주주들에게 주식의결권을 비롯한 경영권을 반납하거나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워크아웃에 동의하도록 압박할 예정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들에게 금호석화를 워크아웃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주식 의결권을 비롯한 경영권 반납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금호석화를 워크아웃시켜 그룹 전체를 채권단의 관리 하에 두는 것이 신규자금 지원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밝히며 "금호석화의 워크아웃을 진행하면 자동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주주는 채권단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며 "대주주들이 끝까지 경영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사실상 (금호석화의 워크아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이 금호석화의 워크아웃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신규자금의 지원 때문이다.
현재 대주주들이 주식 의결권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채권단이 담보로 잡힌 주식을 재담보로 설정해 신규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력사들에 대한 신규자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에는 금호산업은 부도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
금호석화까지 워크아웃을 진행할 경우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수월해진다. 워크아웃에 놓인 기업의 대주주는 자동적으로 채권단이 되기 때문에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을 위한 주식의 출자전환과 기업회생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주주들은 금호석화까지 워크아웃 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대주주들은 최소한의 경영권이라도 보전하고자 금호석화에 대해 자율협약 방식으로 구조조정키로 했다. 대주주들의 입장에서는 금호석화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경영권을 포기하느냐 선택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금호석화를 워크아웃 시키는 것이 도리어 낫다는 의견이다. 금호석화를 워크아웃 시켜 그룹의 전체 주도권을 가져옴으로써 신속하게 구조조정 절차를 밟자는 말이다. 특히 신규자금 3800억원을 마련하면 금호산업이 법정관리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도 면할 수 있다.
금호산업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 과정에 따라서 현재 보유한 채권들은 회수불능 상태가 되기 때문에 미리 쌓아놓은 금호 관련 대손충당금은 환입되지 않고 그대로 손실로 기록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들은 법정관리 자체를 바라지 않는다"며 "대주주들은 오늘 회의에서 금호석화의 워크아웃과 경영권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