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방법 등 실현 가능성 의문…채권단, 구조조정 일정 대로 추진 희망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FI들이 제안한 금호산업 2조2000억원 지원안을 거부했다.
금호그룹은 26일“대우건설 FI 제안에 대해 검토한 결과, 이 제안의 실행 가능성 자체가 분명치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 FI들은 지난 21일 채권단에 외국계 은행과 국내 연기금 등을 통해 2조2000억원을 유치한 후 이 자금으로 금호산업의 유상증자를 추진, 50%+1주를 확보,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금호산업 유상증자로 마련한 대금중 3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7000억원으로 대우건설 주식 11.7%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룹 관계자는“FI의 제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대우건설 FI의 제안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구조조정 절차를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우선 2조2000억원의 신규증자 계획에 외국계은행의 자금유치와 국내 채권금융기관 및 국내 연기금의 신규자금에 의한 유상증자 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해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다.
또 신규 유상증자가 완료되기 전에 회사가 당면하게 되는 유동성 부족에 대한 대책이 없고 FI가 설계하는 새로운 금호산업은 4조4000억원의 자본금과 2조5000억원의 매출을 가진 기형적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풋백옵션의 성격상 시가와의 차액만 분리해 출자전환하는 것 역시 편법적 구조라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실행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FI 제안을 수용할 경우, 기존에 치밀하게 준비되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일정이 차질없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FI 받아 들일시 그룹 해체 가능성 우려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 그룹이 FI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FI안이 궁극적으로 그룹을 해체 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FI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들은 지분 21.07%를 갖고 있는 금호석화를 제치고 금호산업의 최대주주가 된다. 또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지분율 41%)과 대우건설(29.6%), 여기에 알짜 기업인 대한통운(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약 24% 보유)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금호그룹 오너일가는 금호산업의 2대주주로 내려앉으면서 주요 계열사 대부분을 내주고 금호석유화학(지분율 43.42%)과 일부 계열사만을 지배하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이 두개로 분리되게 된다.
따라서 금호그룹으로서는 FI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채권단이 진행하는 구조조정 절차를 따르면서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계열사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재기를 노리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FI들의 제안은 표면적으로는 자금지원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목적이지만 사실상 그룹을 해체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제안을 오너일가가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