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재의 원칙 계속 밀고 가겠다" 입장...금호 "회생 관심없고 이익만 챙긴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해결에 대한 채권단과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간 갈등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FI들에게 대우건설 주식을 1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FI들은 이를 거부하고 대신 금호산업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 50%+1주를 확보하겠다고 역제안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FI들의 제안이 자본유치 등과 관련 현실성이 떨어지고 경영권과 관련된 것인 만큼 금호그룹 오너일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채권단과 FI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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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FI들이 채권단에 제안한 방안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과 국내 연기금 등을 통해 2조2000억원을 유치한 후 이 자금으로 금호산업의 유상증자를 추진, 50%+1주를 확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또 금호산업 유상증자로 마련한 대금중 3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 하고, 7000억원으로 대우건설 주식 11.7%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대우건설 FI들은 지분 21.07%를 갖고 있는 금호석화를 제치고 금호산업의 최대주주가 되며,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지분율 41%)과 대우건설(29.6%), 여기에 알짜 기업인 대한통운(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약 24% 보유)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금호그룹 오너일가는 금호산업의 2대주주로 내려앉으면서 주요 계열사 대부분을 내주고 금호석유화학(지분율 43.42%)과 일부 계열사만을 지배하게 된다.
FI들은 금호산업에 자금 지원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한 후 이를 다시 되팔겠다고 밝혔지만 자칫 금호그룹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오락가락' 채권단...'속 타는' 금호그룹
대우건설 FI의 갑작스런 제안에 채권단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또 FI 제안에 통일된 입장 정리도 되지 않는 모습이다.
FI들이 제시한 방안은 결국 대우건설 주식을 산은이 제안한 1만8000원에는 절대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22일“금호산업 유상증자 방안은 시간이 관건이다. 자금 모집 기간이 오래걸리면 금호산업이 쓰러질 것이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수 없다. 현재의 원칙을 계속 밀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회장은 그러면서도“아직 금호산업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에 대해 제시된 대안이 빨리 확정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FI들이) 방안을 제시한 만큼 신속하게 자금을 모집해줬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종합해 보면 부정도 긍정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 표현이지만 이로 인해 빠른 구조조정으로 조기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는 금호그룹만 속을 끓이고 있다.
더욱이 채권단이‘유상증자 방안에 대해서는 금호그룹 오너일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금호그룹에 결정을 미루는 모습까지 보여 부담이 더해졌다.
금호그룹측은 이와 관련“공식적인 의견을 전달받지 못한 만큼 공식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FI들의 제안은 결국 그룹을 둘로 쪼개자는 얘긴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룹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인 산은PEF 인수를 거부하면서까지 FI들이 또 다른 자금을 조달해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대우건설 FI들이 기업의 회생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