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M대우의 브랜드 변경

입력 2010-01-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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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레 브랜드 도입 3월까지 결정...브랜드 보다 제품 경쟁력 갖추는 게 선행돼야

최근 자동차업계의 핫 이슈는 단연 GM대우의 시보레(CHEVROLET) 브랜드 도입 논란이다.

사실 시보레 브랜드 도입 이슈는 몇 년 전부터 GM대우에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온 사항이고, 국내 언론에서도 간간히 보도가 돼 왔었다.

하지만 최근 GM대우 마이크 아카몬 사장이 디트로이트 모터쇼 기간중 한국 기자들과 만나 GM대우 브랜드를 시보레로 바꾸는 것에 대해 오는 3월까지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비록 아카몬 사장은 ▲GM대우 브랜드 유지, ▲GM대우-시보레 브랜드 공존, ▲시보레 브랜드로의 전면 교체중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국내 여론은 '시보레 브랜드로의 전면 교체'로 몰아가고 있다.

아카몬 사장이 시보레 브랜드 도입 배경으로 밝힌 가장 큰 이유는 내수 점유율 강화다. 아카몬 사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시장에서 시보레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고 실제로 GM대우 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약 30%가 시보레 로고를 구입해 부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

즉, 고객들이 GM대우 대신 시보레 브랜드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시보레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면,고객 선호도가 높아 내수 점유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GM대우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부족함은 모르고, 부모가 이름을 잘못 지어줘 이렇게 됐다고 불만만 토로하는 못난 자식의 꼴을 연상케 한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우선, GM대우가 검토하고 있는 대로 브랜드를 교체한다 하더라도 내수점유율이 올라 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대우차 시절,30%에 육박했던 내수점유율은 2002년 GM대우로 바뀌면서 9%대의 점유율을 보이다가 2006년 11.0%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9년에는 8.3%대로 떨어졌다.

GM대우측 입장에서도 내수점유율이 올라가지 않은 것에 대해 답답한 나머지, 이런 저런 방안을 생각한 끝에 브랜드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다고 브랜드를 섣불리 바꾸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자동차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이름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중해야 한다. 그것도 외국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마치 한 교실에 모든 학생들이 한국 이름을 쓰고 있는데, 한 학생만 외국 이름을 쓰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한 그 시보레 브랜드로 바꾼 고객 30%가 과연 시보레 브랜드가 좋아서, 혹은 GM대우가 싫어서 바꾼 건지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만약 그 30% 고객이 정말 GM대우 브랜드가 싫어서 로고를 바꿨다면 신뢰성이 있지만, 단지 자동차의 '튜닝'과 같은 차원에서 로고를 바꾼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30% 고객이 단지 자동차 '튜닝'이나, 수입차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타인의 취향' 정도였다면, 그 고객들이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나온 차량을 GM대우 브랜드로 다시 바꾸지 말라는 법 역시 없지 않은가.

또한 만약 GM대우 차량 중 30%가 GM대우 브랜드가 싫어 시보레 브랜드로 교체를 했다면, 나머지 70% 고객은 GM대우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시보레 브랜드 도입으로 인해 브랜드 사용료, 즉 로열티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시보레 브랜드의 로열티는 GM미국 본사가 가지고 있어, 만약 국내에서 시보레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국내에서 생산된 차인데도 불구하고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외국계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보여주는 전형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GM대우와 마찬가지로 외국계 회사이지만, 삼성에 국내 매출의 0.8%, 금액으로는 매년 200~3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계속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외국계 회사가 한 나라에 진출할 때, 그 나라와 동화돼 그 나라의 브랜드를 얻고자하는 노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외국계 회사는 자국의 브랜드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진출한 국가와 동화되고 그 국가를 위해 이 기업이 존재하고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GM대우의 현재의 모습은 오히려 이런 추세를 역행(GM대우란 회사명은 그대로 두고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할 수도 있지만)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과거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가지 않고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으로 넘어갔다면, 지금 GM대우는 어떻게 돼 있을까. 그래도 지금처럼 내수시장 점유율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낮아 졌을까?

과거 대우그룹 사태가 터지고,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지금 대우증권을 비롯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계열사들은 업계 최고를 달리며 건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절대 '대우'란 이름 탓을 하지 않는다. GM대우, 아니 GM 관계자는 바로 이점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GM대우는 브랜드 교체를 검토하기 이전에, GM대우 출범 이후 경쟁 회사 대비 얼마나 우수한 연비의 차를 내놨는지, 국내 교통상황에 맞는 차량을 얼마나 내놨는지, 국내 상황에 맞는 홍보와 마케팅을 제대로 전개 했는지 등을 먼저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GM대우가 정말 '이름 탓'만 하는 못난 자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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