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털어버리자

입력 2009-12-31 11:06수정 2010-01-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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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범같이 날렵하고 유연한 경영체제 갖추자

'정무문' '용쟁호투' 등의 액션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무술인이자 영화배우였던 이소룡(李小龍)은 자신이 쓴 ‘절권도(截拳道)’라는 무술서적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날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줄어드는 것이다. 즉,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다”

깡마른 체격이었던 이소룡은 재빠르게 몸을 놀리며 무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보디빌더처럼 근육을 불리는게 아니라 끊임없는 체력단련을 통해 불필요한 군살을 모두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에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결국 워크아웃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소룡의 말이 생각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구조조정 소식은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것이 효율적인 기업경영임을 알리는 교훈이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산업계는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떠들썩 했다. 그러나 현대종합상사, ㈜쌍용 등 몇몇 기업만 새주인을 찾았을 뿐 대어급 기업들은 주식시장만 출렁거리게 만들다 결실을 맺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2010년 대기업들의 경영화두는 신수종사업을 찾는 일이다. 최고경영자들이 내놓은 신년사를 보면 어떻게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경영인들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해에도 매물로 나와있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연초부터 계속 될 것이다. 채권자 입장인 은행들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빨리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될 기업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새 사업부문에 진출하던가 또는 계열 기업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기업을 찾는 것은 불가피 한 선택이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을 시도하다 결국 독이 돼서 돌아와 멀쩡하던 계열사들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일은 반복해서는 안된다.

연말에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가 6천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명퇴시키기로 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떠나 보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회사의 존립과 성장을 위해서는 고육책을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기 전에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계열기업을 중환자실로 보낸 금호와 대조된다.

우리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구조조정이란 말에 친숙해 지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점은 미리 상황이 어려워지기 전에 변하지 못하고 극약처방이 필요해져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면서 너무나 혹독한 대가를 치루지 않았던가. 대외적인 요인이 없었더라면 나중에 화를 더 키웠었을지도 모른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꼭 상황이 나빠져 어떤 일이 터져야만 하는 게 아니다. 구조조정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면 경영환경을 미리 간파해 수시로 하는 것이다.

비대한 근육만으로 몸집을 불린 기업이 칭찬을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을 맞아 언제 어떤 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글로벌경제시대에서 상황변화에 재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이소룡처럼, ‘백수의 왕’ 호랑이처럼 군살 없는 날렵한 경영체질을 갖춰야 한다.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을 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이미 '2류'다.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1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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